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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일대일로 부채 늪에 결국 쓰러진 스리랑카

입력 | 2022-03-21 03:00:00

외환부족에 IMF 구제금융 요청
종이 없어 학교시험 미루기도
中은 부채상환 연기 답변안해



대통령 퇴진 요구하는 스리랑카 시위대. 사진 AP 뉴시스


1948년 독립 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시험용지가 부족해 학교 시험이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가디언 등 외신에 다르면 스리랑카 교육부는 19일(현지 시간) 시험용지 부족을 이유로 21일부터 일주일간 예정됐던 정기 시험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종이, 잉크 수입에 필요한 외환을 확보할 수 없어 시험을 치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스리랑카의 재정 상태는 중국이 스리랑카에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이에 대한 스리랑카의 부채가 확대되면서 악화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스리랑카 정부 자료에 따르면 당장 4월까지 갚아야 하는 대외채무 35억 달러(약 4조2500억 원) 중 약 10%가 중국에 대한 채무라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주변 국가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앞세워 경제 영토를 확장하려는 프로젝트다.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스리랑카는 현재 필수품인 식료품, 연료, 의약품 등도 제대로 수입하지 못해 정부가 분유, 설탕, 렌틸콩, 쌀 등 필수품을 배급하고 있다. 전국 주유소에는 기름을 얻으려는 긴 줄이 생겼고 전국적으로는 매일 지역별 순환 정전이 이어지고 있다. 15일에는 물가 폭등과 필수품 부족에 성난 시민들이 대통령 관저 앞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16일 IMF에 구제금융 요청을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올해까지 스리랑카가 갚아야 하는 대외 채무 및 국채 규모는 69억 달러(약 8조3584억 원)이다. AFP에 따르면 2019년 11월 라자팍사 대통령 취임 당시 75억 달러였던 스리랑카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2월 기준 23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스리랑카는 2017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진행된 남부 함반토타항 건설 대금 14억 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중국 기업에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넘겨준 상태다. 가디언은 중국의 부채에 의존한 스리랑카의 인프라 투자 일부는 ‘흰 코끼리’(예산을 많이 썼으나 쓸모없어진 것을 일컫는 경제용어)로 전락했다며 대표 사례로 이 항구를 들었다.

스리랑카는 올해 초 최대 채권국인 중국에 상환 일정을 미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나 중국 측으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가디언에 따르면 1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스리랑카의 디폴트 위기를 경고한 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스리랑카를 방문했을 때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중국에 부채 상환 일정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 측의 공식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