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오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윤석열 당선인이 어제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며 ‘용산 이전’을 공식화했다. 현 청와대는 5월 10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시민공원으로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당선 열흘 만에 내린 결정이다. 취임 전까지 50일 동안 새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고, 국방부와 합참 등 인원 1000여 명이 연쇄 이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극복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이번 결정은 무리해 보이는 점이 적지 않다. 용산 이전이 최선이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 사안을 놓고 챙겨야 할 굵직한 이슈가 한둘이 아닌데 대통령실 이전 결정을 그리 서두를 일이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여의치 않자 용산을 갑자기 대안으로 내놓더니, 마치 승부수를 던지듯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에겐 재앙 수준”이라며 용산 이전 불가피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시민 편의 문제, 경호와 비용 문제 등을 고려했다지만 그래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국방부는 합참 청사로, 합참은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는 남태령으로 옮겨가야 한다. 역대 합참의장 11명은 “국방부·합참의 연쇄 이동으로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국가 지휘부와 군 지휘부가 한 공간에 있을 경우 적의 동시 타격의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반대 입장문을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
윤 당선인은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광화문 대통령’을 약속했다가 경호 논리 등에 막혀 포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후임 대통령들의 집무 공간과도 맞물려 있는 문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현 청와대 일부를 열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 등 속도조절론이 있었다.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결정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청와대 이전이 바늘허리에 실 매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