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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들롱 “스위스서 안락사로 생 마감할 것”

입력 | 2022-03-21 03:00:00

아들 “부친 요청” 방송에 공개
2019년 뇌졸중 수술 받은 들롱
스위스에 머물며 안락사 준비
“조용히 세상 떠날 권리 누릴 것”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선글라스 낀 사람)이 2021년 9월 파리의 한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세기의 미남’으로 불리는 프랑스 유명 배우 알랭 들롱(87)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르푸앵 등에 따르면 들롱의 아들 앙토니(58)는 최근 프랑스 RTL 방송 인터뷰에서 “아버지로부터 안락사에 대한 요청을 받았다”며 자신이 아버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옆에서 지켜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들롱의 이런 결정은 앙토니의 어머니이자 전 부인인 나탈리 들롱의 죽음을 지켜본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들롱의 동료 배우로 1964∼1969년 결혼생활을 한 나탈리는 지난해 1월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그 역시 안락사를 희망했지만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불가능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앙토니는 “자유로운 존재였던 어머니는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죽기를 원했다”고 털어놨다.

들롱 또한 오래전부터 안락사에 대한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도 “안락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특정 나이 및 특정 시점부터 우리는 병원이나 생명 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세상을 떠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들롱의 안락사는 스위스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1999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고, 2019년 뇌졸중 수술 후부터 줄곧 스위스에 머물고 있다. 그는 이미 변호사들과 재산 분배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술 당시 “나이 든다는 것은 끔찍하다”고도 했다.

알랭 들롱의 젊은 시절. 올해 87세인 들롱은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리=AP 뉴시스

1935년 태어난 들롱은 부모의 이혼, 퇴학 등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파리에서 웨이터 등으로 근근이 생활하다 영화계에 입문했다. 뛰어난 외모로 곧바로 스타가 됐고 ‘태양은 가득히’ ‘한밤의 살인자’ ‘미스터 클라인’ 등 9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