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 시대]尹 “청와대는 국민께 돌려드릴것” 尹 “靑, 국립공원화하는 게 맞아”… 본관-녹지원-상춘재 모두 공개 경복궁역~북악산 등반로 열려… “軍 보호구역-개발제한 해제도 기대” 尹, 5월 10일부터 완전 개방 밝혀… 집기 이전 등 필요해 시점 조정될수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청와대를) 국립공원화하는 것이 맞는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청와대를 100%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했다. 대선 11일 만에 이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건국 이후 74년 동안 지켜온 권력의 중심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내려놓고, 국민이 함께 누리는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본관, 영빈관을 비롯해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綠芝園)과 상춘재(常春齋)를 모두 국민들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비서동, 기자실 등 그간 청와대를 점했던 모든 공간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서 청와대를 국민에게 전면 개방한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은 이어 “이렇게 되면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경복궁,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으로의 등반로 역시 개방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이 공식화된 20일 휴일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2022.03.20. 청와대사진기자단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경무대’라는 이름을 짓고 관저 및 대통령 집무실로 이 건물을 사용했다. ‘푸른 기와집’을 뜻하는 청와대(靑瓦臺)의 명칭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청와대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노태우 정부 때다. 노 전 대통령은 1989년 청와대를 신축하면서 본관과 관저를 분리했다. 관저와 집무실 간 출퇴근 개념이 자리 잡은 것도 이때부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청와대를 개방할 경우 서울 성북구 정릉부터 종로구 경복궁 인근까지 청와대 일대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해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저(청와대) 뒤에 옛날에 김신조가 넘어왔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제한들이 많은 걸로 안다”며 “경복궁 등 고궁 때문에 이뤄지는 경관 제한은 존속하겠으나, (청와대로 인한 개발) 제한은 많이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임기 시작과 함께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5월 9일 밤 12시 청와대를 비우고, 청와대의 각종 집기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등 정비를 거쳐야 하는 만큼 개방 시점은 조정될 수 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이 취임한 뒤에도 한동안 청와대 영빈관을 이용할 여지도 남겼다. 윤 당선인은 “(현재 영빈관이) 1년에 몇 번 안 쓴다고 하던데 꼭 써야 하면 (청와대를) 공원으로 개방하더라도 이 건물은 저녁에 국빈 만찬 같은 행사를 할 때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이전이 실현되면 건립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벙커를 포함해 공간 전체를 일반인이 둘러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경내에 들어가려면 철저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해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역대 대통령마다 이를 의식해 청와대 개방을 시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청와대 앞길을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통행할 수 있게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와 접해 있는 북악산을 개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했고, 2020년 북악산 북측면 둘레길도 부분 개방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