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인류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사고를 겪었던 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 원전 직원들이 러시아 군의 총구 앞에서 3주일째 일하며 기진맥진해 있다가 마침내 20일 (현지시간) 50명의 직원이 교체가 허용돼 풀려났다고 원전 책임자가 말했다.
2월 26일 원전을 점령한 러시아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를 지키고 있는 200여 명의 우크라이나 기술자들과 직원들은 그 동안 스트레스로 지쳐있는 상태로 간절한 도움을 바라고 있다가 이 날 처음으로 교대가 허용되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벨라루스 국경과 가까운 체르노빌 원전의 통제권을 장악했다. 체르노빌 원전은 지난 9일 교전으로 인한 송전 시설 파손으로 전력이 차단되면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될 위기에 처했지만 가까스로 전력을 복구해 고비를 넘긴 상태다.
체르노빌 원전의 감독자인 발렌틴 헤이코는 수천개의 폐연로봉을 다루는 210명의 기술자들과 직원들이 사실상 시설에서 인질로 잡혀 쉬지도 못하고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며 “일부 기술자들은 원전 주위를 포위한 탱크를 뚫고라도 집으로 돌아 가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에 감금된 채 지난 주 환갑을 맞은 헤이코는 “모두가 집에 가고 싶어하지만 우리는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필요에 의해 계속 일하는 것이 의무이기도 하다”fk고 전했다.
체르노빌 원전 기술자들과 직원들은 지난 2월23일 이후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이들은 방사성 폐기물 보관 처리시설의 온도를 체크한 한 뒤 비좁은 공간에서 잠시 수면을 취했다.
원전 기술자들과 직원들은 탈진 증세로 한 번 쓰러진 70세 요리사가 만드는 죽과 통조림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이들은 휴대폰을 러시아군에 압수당했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다.
3주 가까이 시설에 갇히면서 갑상선에 문제가 발생해 약이 필요한 직원들도 있고 고혈압 환자도 있다. 러시아군이 1분으로 제한한 가족과의 통화에서 기술자들과 직원들은 극심한 피로감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심한 두통 등을 호소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인 50명이 처음으로 20일에 귀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원전 책임자들은 어떻게 이들을 귀가 시키고 인력을 교대하도록 러시아군과 합의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