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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택치료만 200만명…엄마와 딸은 호텔로 피신

입력 | 2022-03-21 08:34: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약국에서는 ‘코로나 상비약’으로 알려진 해열제, 종합감기약 주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코로나 재택치료 대비 가정 상비약 세트’가 진열돼 있는 모습. 2022.3.20/뉴스1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학생 아들은 다음 날 확진됐고, 아내와 고등학교 3학년생인 딸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아내와 딸을 집 근처 호텔로 보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한 집에 사는 가족 모두가 감염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같은 공간을 쓰기 때문에 하루 이틀 시간 차를 두고 확진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3만4708명 발생했다. 국내 누적 확진자는 937만명으로 어느덧 1000만명에 근접했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감염된 셈이다. 잇단 방역 완화 조치에 오미크론 유행 정점 기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재택치료, 일주일 새 54만명 증가…이산가족도 늘었다

이런 가운데 재택치료자는 200만명(214만6951명)을 넘어섰다. 일주일 전(161만1174명)보다 약 54만명 늘었다. 그중 고위험군으로 하루 두 차례 건강 모니터링을 받는 집중관리군은 31만5687명이 됐다. 30만명을 적정수준으로 보던 방역 당국의 재택치료 관리 역량은 이미 포화 수준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족 간 전파 사례도 잦다. 전파력이 강하고 무증상·경증 위주 환자가 많은 오미크론 변이 특성상 가족 간 감염은 알고도 막기 어렵다.

전문가들 역시 생활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이상 가족 간 감염을 차단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감기약과 해열제 등 상비약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진 상태다.

여기서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어차피 확진될 거라면 ‘가족 전체가 한꺼번에 끝내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경우가 그렇다.

두 자녀를 둔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막내가 확진 판정을 받았기에 옆에서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아내와 논의 끝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하기로 했고, 실제 다음 날 가족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애들이라도 옆에서 제대로 챙겨줄 수 있어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음성 판정을 받은 가족이 따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특히 자녀가 기저 질환이 있다면 공간 분리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입시를 앞둔 자녀의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이유도 있다.

어차피 집안 내 다수의 확진자가 있다면 화장실이나 주방을 분리해서 쓰기 어렵다. 빨래나 쓰레기 배출 등도 확진된 가족과 분리해야 해 가사 노동량도 늘어난다. 이를 막기 위해 자발적 이산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애로사항은 있다. 성인의 경우 숙박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미성년자라면 상황은 다르다. 혼자 호텔 등을 이용하기 쉽지 않고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문제다. 인근에 친인척마저 없다면 사실상 감염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사태를 막고자 서울시도 지난 1월부터 강남·강북권에 ‘가족안심숙소’ 2곳을 운영 중이다. 객실은 2~3인용이라,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와 동반 입소도 가능하다. 하지만 확진자 폭증 탓에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약 실패 후기를 종종 볼 수 있다.

“예약 시작시간보다 불과 1~2분 늦었을 뿐인데 선착순에서 밀렸다”는 식의 내용이 대다수다. 확진자가 늘어난 만큼 예약은 쉬운 게 아니다. 이용 문의가 많은 탓인지 전화 연결조차 쉽지 않다.

◇ 확진자도 숨어드는데…“대유행 막아야 삶 정상화”

지난 14일 오전 경기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이 등교를 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2.3.14/뉴스1

가족안심숙소 등은 음성 판정을 받아야만 이용할 수 있다. 만약 회사 및 학교 기숙사 등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 당장 오갈 곳을 구하기 어렵다. 직장·학교가 본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대학교 기숙사의 경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별도 격리실을 만들어 놓긴 했으나 하루 걸러 확진자가 발생하는 탓에 이젠 여력이 없다. 이에 따라 모텔 등 신원 확인 절차가 허술한 숙박 시설 등에서 격리를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막기 위해 주요 호텔들은 예약 시 ‘자가격리 목적의 이용은 어렵다’는 내용을 예약 현황과 함께 공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방역 당국도 확진자 동선 추적을 포기한 터라 확진자 본인이 숨기면 일반 손님과 가려내기 힘들다.

이럴 경우 확진자 폭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결국 확산세를 하루빨리 잡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민의 일상도 정상화된다.

방역 당국은 확산세가 이번 주쯤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나 방역 완화와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유행 규모가 늘고 정점 구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 당국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재택치료자가 늘고 있는 상황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금의 위기를 알리고 추가적인 확산세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을 세심하게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