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평화재단 ‘한반도 안보 위기’ 전문가 좌담회
북한이 올해 9차례 미사일 발사에 이어 16일에도 평양 순안공항 인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았으나 발사 직후 폭발했다. 2월 27일과 3월 2일 발사실험은 ICBM 성능 실험이라고 한미 당국이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일인 5월 10일을 전후해 7차 핵실험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 산하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은 15일 정권 교체기를 맞아 긴박한 한반도의 안보 상황 등을 분석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에는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이 참석했다. 진행은 구자룡 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이 맡았다.
북 ICBM, 핵 보유국 향한 대미 협상용
화정평화재단이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안보 현안 진단 좌담회에서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왼쪽부터)이 토론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한은 과거에도 남한의 정권 교체기에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이번 ICBM 성능 시험 발사 등도 대선 일정에 맞춘 것인가.
윤: 화성 17호는 세계 최대 크기로 ‘괴물 ICBM’으로 불린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것이자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남한 국민을 겨냥한 완전히 새로운 신형의 전술 핵무기가 거의 완성됐다는 것이 우려할 점이다. 북한이 역대 최대 크기의 ICBM 발사 실험을 하는 것은 명실공히 핵보유국이 되는 꿈을 이루려는 마지막 단계다.
북한은 핵을 보유한 후에도 제재를 받지 않는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같은 나라가 되고 싶어 한다. 북한은 미국과 담판을 통해서 대남 전술핵 무기는 묵인해 달라고 협상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을 괴롭히는 ICBM은 발사를 유예하고 핵이나 ICBM을 제3국에 넘기지는 않겠다고 할 것이다. 미국과의 이런 협상을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은 보통 군사력 증강이라는 군사 기술적인 수요, 국내 정치적인 필요성, 그리고 대외 협상용 등의 목적이 있다. 이번 성능시험 발사는 군사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유용하고 지난해 8차 당대회 때 김정은이 얘기했던 ‘전략 국가를 위한 자력 증강’을 착실하게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과의 단기적 협상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시위라기보다 장기적으로 미중 경쟁 시대에 핵 국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시간표는 15년 이상으로 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불법 행동을 해도 중국이 감싸는 걸 보고 북한은 ‘내가 망하려고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진 것은 아닌가 싶다.
北 핵과 미사일, 南 정권 교체보다 자체 일정 따라
북한은 한국의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시간표나 장기적 목표에 따라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공통의 의견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와 관계없이 ICBM 발사나 핵실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인가.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전: 이번 대선에서 진보 후보가 이겼어도 대남 무시 전략으로 갔을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이후 문재인 정부가 엄청 군비를 증강한 것을 보았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도 이중 기준을 내세우고 미국의 앞잡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진보 정부였어도 미사일 시험 발사 스케줄을 조정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고 본다.
7차 핵실험, 전술핵 개발용 가능성
북한 영변 강선 평산 등에서 핵실험 재개 징후가 발견됐다. 폭파쇼를 벌였던 풍계리 핵실험장의 3, 4번 갱도는 조금만 수리라면 다시 쓸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5월 10일 윤 당선인 대통령 취임 전후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위협, 선전 효과는 크겠지만 기술적인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핵개발에 필요한 실험은 이미 다 했다는 생각이다. 이제 핵무기를 실어 나를 미사일이 중요하다.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은 억지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북한은 2차 핵공격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않다. 북한이 선제 타격을 받아도 2차 핵공격 능력을 가질 때까지는 실험을 계속할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이 2차 핵공격 능력을 가지면 미국도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은 사라진다.
신: 북한이 남북 관계 차원에서 도발을 해온 측면도 있지만 그들의 군사적 필요성에 의해서 일관되게 핵개발을 했고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되는 때 역량 테스트를 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2006년과 2009년 그리고 2013년, 그리고 2016년 등으로 근 3년 주기설이 적용됐다. 2016년과 2017년 실험 횟수가 늘어난 것은 핵개발의 완성 단계로 최종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
핵실험은 6차례면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파키스탄도 6차례 실험에 그쳤다.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전술핵 시험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지난 2년 동안 북한이 개발한 중단거리 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한 전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북한은 원자탄과 수소탄의 위력을 어느 정도 확보해 더 이상의 성능 테스트가 필요 없다. 이제 소형 전술핵으로 폭발시킬 수 있는지 검증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尹 시험대에 설 ‘힘을 통한 평화’
윤석열 당선인은 ‘힘을 통한 평화’을 강조했다. 다음달에는 실병력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권 교체기의 북한 리스크가 차기 정부 초기의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윤: 남북협력을 중시하는 지난 30년의 포용정책의 적실성에 대해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관성적으로 무조건 포용한다고 했지만 북한과 남북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남북협력을 위한 정상회담을 하다 한반도를 겨냥한 북한의 핵무장은 현실이 됐다. 개성공단 금강산이 무슨 변화를 가져왔나. 개혁도 개방도 없었다.
탈냉전 시대에 체제우위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 포용정책이었다면 지금은 신냉전 시대다. 남북한 군사력 균형이 무너졌다. 재래식 군비는 북한 핵 앞에서 효용이 없다. 과거에는 주변국 북방 외교를 통해서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겠다는 북방 외교의 꿈이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변화는커녕 뒷배를 봐주는 상황이 됐다.
문: 윤 당선인은 선제 타격 등 대북 강경 자세를 보였다. 선거 때와 달리 윤 당선인이 직접 정부를 운영하면서 조금 조정될 수 있나.
신: 윤 당선인의 대북 공약이나 자세를 강경이나 강공이라고 보는 것을 맞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유화정책과 대비해 윤 당선인의 말을 강경하다고 잘못된 프레임이 씌여지고 있다. 대화의 문을 열어두되 북한이 도발하면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국가 외교안보 정책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전: 대북 군사력 강화를 통한 억지와 경제제재를 확고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은 잘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제재를 약화시키면서 협상을 하려고 하거나 군사훈련을 하지 않아 억지력을 약화하면서 협상을 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억지와 제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대북 관여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윤 당선인의 대북 정책에서 ‘대화가 열려 있다’고 되어 있는데 문재인 정부보다 더 효과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정말 ‘핵을 버릴까’(가능성은 낮지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대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韓 쿼드 가입 = 대중 적대’ 잘못
윤 당선인의 한미 관계는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이 키워드다.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국의 MD체제 가입 등 한미 관계에서 문재인 정부와는 달라질 부분들이 많다.
윤: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나온 것으로 그것을 현실화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쿼드는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지지를 표명했다. 쿼드가 대중 군사동맹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 같이 중국이 주도하는 것은 다 가입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것에 가입하면 뭐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면 안된다.
문: 한국이 미국의 MD 체재에 가입하려는 액션이 나오면 사드 이상으로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 지금 북한의 전술 핵무기를 실은 미사일 수백 발이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다 겨냥하고 있는데 우리는 방어망이 거의 없다. 미국의 MD 체제에 들어가면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일으킨다고 김대중 정부 이래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하겠다지만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는 탄도미사일은 요격도 못한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으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가 없는 실정을 알아야 한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포괄적 동맹은 이슈의 포괄일 수도 있고 지리적 범위의 포괄일 수도 있다. 그걸 이제 결정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가치동맹 얘기까지 했다. 다만 지금은 가치동맹은 부담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미국의 가치에 무조건 동조하기에는 조심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 대한 미국의 기대 수준이 굉장히 높아 무조건 맞춰줄 수도 없다.
‘상호 존중’ 한중 관계, 공중증은 벗어나야
윤 당선인의 대중 관계 키워드는 ‘상호 존중’이다. 다만 3불(不) 정책을 계승하지 않는 등 친중 저자세 외교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신: 사드도 그렇고 과연 어떤게 한중 관계의 올바른 방향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중국이 원하는 걸 우리가 다 수용하면서 어떻게든 중국으로부터 피해 받지 않는 것이 올바른가. 그보다는 중국이 우리에게 요구를 해도 전략적 이익을 보존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과 맞서거나 입장을 조화롭게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3불이 정책이 아닌 입장 표명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나왔다. 우리 스스로 잘못된 방향의 한중 관계를 만들어 갔다.
전: 사드와 MD는 미국 편들기나 대중 견제라는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미중 관계 상위의 문제가 해결되면 이것은 굉장히 기능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북 군사 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중국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윤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또 미중 관계 속에서 헤매고 미국은 한국을 의심하고 중국은 한국을 약자로 보고 보복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윤: 문 정부는 3불 약속은 합의도 약속도 아니라고 한다. 그냥 입장 표명이라고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우리가 마치 큰일 나는 것처럼 하는 것도 이상하다.
근본적인 건데 국익이 과연 뭐냐를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보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숙명이다. 우리 주변 세 나라는 전부 다 우리를 침략하거나 지배하거나 했던 경험들이 있다. 최근 100여 년 사이 세 나라로 인해서 세 번의 전쟁이 일어났다. 청일 전쟁 러일 전쟁 그 다음 한국전쟁이다.
신흥 강국이 등장할 때 전쟁이 발생했다. 중국이 신흥 강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다시 ‘권력 정치’(파워 폴리틱스)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 지역에 안정적 균형이 있는 게 제일 좋다. 70년 전 미국이 만들어 놓은 균형을 어떻게 유지시키느냐가 우리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 일본이나 호주도 한국만큼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데 왜 쿼드에 가입하나. 우리가 너무 공증증(恐中症)이 있는 게 아닌지 봐야 한다.
전: 중국은 한국이 쿼드에 들어가면 반중이라고 규정해버린다. 그런 말에 얽히면 우리의 정책 레버리지가 너무 약화된다. 우리가 쿼드를 어떻게 보는지 시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는 최근 유엔 총회 결의에서 인도가 기권하는 것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인도는 쿼드 참가 국가지만 이해에 따라 (중국과도 같은 입장을 취하며) 러시아편을 들었다. 쿼드가 사실 굉장히 결속력이 약하고 안보적인 측면은 특히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 윤 당선인의 경우 쿼드는 기능별 협력을 먼저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국의 국가 이익과 한미 동맹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선택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은 현실에 맞지 않는 외교다. ‘미국 or 중국’이 아닌 ‘미국 and 중국’의 관점이 되어야 한다.
한일 관계 개선 모멘텀 살려야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비가역적 합의’까지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한일 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이 됐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에서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일본의 사도 광산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 걸림돌도 없지 않다.
윤 : 한일 간에 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은 생긴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상황을 워낙 어렵게 만들어 놔 복원이 쉽지 많은 않다. 한일 관계를 지난 5년간 거의 방치했다. 국가간 합의를 형해화시킨 뒤 뒤에 가서 유효하다고 얘기했다.
신: 문재인 정부 때 나온 투 트랙 기조는 이어가는 것이 좋다. 투 트랙이라는 게 결국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로 풀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하겠다는 것인데 작동이 안됐다.
전: 문재인 정부 초기 북핵과 남북관계를 다루면서 약간 일본 패싱이 있었다. 북한의 미래나 한반도를 다룰 때 한일 관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후보들이 ‘일본 때리기(재팬 배싱)’가 없었던 것은 다행이다. 한미동맹이 강화되면 한일 관계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미 관계가 좋아지면 한일 관계가 좋아지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지정학 리스크 일깨우는 우크라의 숙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강대국 사이에 끼인 국가의 지정학적인 운명에 대한 분석이 많다. 한반도에도 시사점이 많다.
윤: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동병상린을 느낀다. 동아시아에도 강대국 정치 시대가 다시 도래한 느낌이다. 투기디데스가 말한 ‘강대국은 원하는 걸 하고 약소국은 인내해야 된다’라는 명제가 생각난다.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국가가 됐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서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전 : 우크라이나 침공은 근대국가 체제의 근간인 기본적인 주권 존중이라는 원칙을 해치는 국제법 위반 행위다.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미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을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구실로 삼지만 그렇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탈냉전 이후 30년간 유럽의 안보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이 없었던 결과 중 하나가 이번 침공으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 유럽에서 러시아와 동부 유럽을 아우르는 안보 질서를 구축하는데 실패했다. 제국주의와 팽창주의를 키워드로 한 푸틴니즘이 들어설 여지를 주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어떻게 참여시켜서 동아시아 안보 질서를 구축할지 중요한 시기이다. 지금의 동아시아는 유럽의 1990년대 중반 정도에 해당되는 시기인 것 같다. 지금 아시아에서 미중 간에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느냐가 앞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신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가 정책의 목적으로 전쟁을 불법화한 유엔 헌장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1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고 체결된 부전조약(겔로그 브리앙 조약)으로 전쟁을 불법화하는 시도가 나타났고 유엔 헌장에서 전쟁을 금지했다. 자위권만 합법적인 수단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北 핵 미사일만 강화시킨 ‘대북 유화 정책 5년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으려고 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5년 대북 유화 정책은 제자리 걸음, 아니면 헛발질을 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윤 : 21세기는 완전히 새로운 국제질서의 패러다임이 진행되는데 1980년대 사고를 가지고 남북 관계를 다뤘다. 남북관계만 좋아지면 모든 게 잘 풀린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은 북한의 의도부터 잘못 파악해서 북한의 핵무장은 기정사실화되고 최신형 전술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을 마주하게 됐다.
전 : 문재인 정부는 대북 관여를 강조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보수 정부가 좌회전 깜빡이 키고 우회전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관계자들도 당혹스러워한다.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 정책만 아니면 된다’는 접근으로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비핵화 문제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하되 북한이 얘기하는 체제불안 해소 그리고 김정은 개인 안전 확보 등도 무시하면 안된다.
신 : 문 정부가 대북 유화정책을 폈지만 국방비는 크게 늘렸다. 이는 북한 문제에 유화적으로 임한 데에 대한 일종의 보상 심리도 있었던 것 같다. 대북 유화 정책을 펴면서도 국방은 튼튼히 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했다.
신 :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잘못된 가정과 잘못된 접근이 있었다. 잘못된 가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가 선의를 먼저 보여주면 북한도 선의로 응할 것이라는 것. 두 번째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가정이다. 가정이 틀려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진전도 비핵화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북 미사일에 무감각해진 현실 안타까워”
북한의 ICBM 발사 실험과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뉴스가 이어지면서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윤 : 북한의 ICBM보다 몇 달전까지 쐈던 이스칸데르나 극초음속 미사일이 남한에 대한 위협이 더 크다. 그런데도 UN에 어필도 하지 않았다.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을 너무 많이 경험해 북한이 도발을 해도 주가도 그때만 잠시 출렁이다가 원상태로 돌아간다. 실제 위협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옅어져서 안보 전문가로서 좀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다.
전 : 민주주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의사를 계속적이고 실체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5년간 중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늘고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바닥이었다. 일본과의 우호나 대미 안보동맹에 대한 바램이 늘어났다. 이런 부분이 정책에 반영되면 훨씬 더 두려움도 덜하고 신뢰가 갈 것 같다. 정치의 ‘책임성(accountability)’의 문제다.
정리=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정리=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