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런 마음이다. 이 자리를 비집고 유혹이 찾아온다. 도박은 기자가 볼 때 ‘즉각성, 편의성, 예측 가능성, 환급률, 잭팟’의 다섯 지표가 중독률을 좌우한다. 1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로또보다 몇 분이면 결과가 나오는 경마가 빠져나오기 힘들다. 정선 산골까지 가기보다는 휴대폰만 있으면 되는 온라인 카지노가 시장이 크다. 운에 모든 걸 맡기는 로또보다는 전문성이나 정보가 있으면 맞힐 것 같은 토토나 경마가 중독성이 높다. 제도권의 5배 이상일 거라는 사설 도박은 세금을 안 떼니 대체로 환급률, 즉 배당이 높다. 잭팟 크기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내에선 정치 분야 베팅이 불법이다. 로또를 비롯한 각종 복권과 강원랜드 카지노, 그리고 스포츠 관련인 토토, 경마, 경륜, 경정이 있을 뿐이다. 모두 정부가 사실상 독점권을 가진 사업이다. 이마저도 각종 규제로 묶어 놨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매출 총량과 인당, 회당 매입금액 등을 정해놓고 관리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까 ‘규제가 있으면 대책이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사설 도박이 활개를 친다. 사설 도박은 환급률은 높을지 몰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한순간에 쪽박을 찰 수 있다. 국가의 주 수입원인 세금을 걷지 못하는 지하 경제다. 규제는 4차 산업 발전에도 대못을 박는다. 게임업계에선 P2E(Play to Earn)와 관련 코인 개발이 핫이슈이지만 업체들은 국내를 떠나 해외 출시로 활로를 찾고 있다. 게임 대국이지만 게임토토는 없어 국내 대작들은 외국 베팅업체에서 사용되고 있다.
▶스포츠는 최근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스포츠의 전통적인 정의는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승부, 체력, 품새’이다. 하지만 바둑. 체스와 e스포츠 같은 멘털 종목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됨으로써 이제 승부만 남았다. 국내에선 도박으로 금기시돼온 카지노 게임도 외국에선 대회가 열리고 베팅이 이뤄진지 오래다. 스포츠베팅은 거대한 산업이다. 글로벌 스포츠 데이터 분석 업체인 스포트레이더(Sportradar)는 올해 세계 스포츠베팅 매출이 1조4500만 유로(약 1945조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 10위인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과 거의 같다. 규제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테고 이를 준비 없이 풀었을 때 부작용이 예상된다. 그러나 사설 도박을 양지로 끌어내고, 스포츠베팅이 산업이란 원론적 입장에서 보면 이미 갈 길은 정해져 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고 온라인 마권 발매는 아직도 무소식인 우리나라가 세계 스포츠베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다행인 것은 윤석열 캠프가 내놓은 체육 공약은 다듬을 게 많지만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스포츠가 곧 복지”라는 윤 당선인의 말은 퍼주기 복지가 아니라 스포츠산업 지원을 통한 의료, 교육, 경제 활성화에 방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스포츠혁신위원회의 정부 권고안을 재검토해 체육계 진영 논리를 타파하겠다는 선언은 기자의 오랜 주장과 일치한다. 체육계를 성범죄와 폭력의 온상으로 취급하거나, 운동하는 학생보다 공부하는 선수를 양성하겠다는 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는 바보이거나, 의도를 갖고 한쪽 면만 보는 애꾸눈이다. 체육계는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성범죄와 폭력이 만연해 있지 않다. 설령 일부가 탈선했어도 특별법이나 기구가 왜 필요한가. 아인슈타인이 운동을 잘 할 이유가 없듯이 선수가 전인교육을 받을 이유 역시 없다.
▶명색이 수포츠인데 숫자 얘기가 덜 나와 섭섭할 독자들을 위해 세계의 배팅업체가 내놓은 올해 메이저 대회의 예측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해보자. 먼저 11월 카타르 월드컵. 스마켓은 브라질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쳤다. 네이마르가 이끄는 브라질은 13.9%의 지지를 얻어 1월 중순 이후 프랑스(12.5%)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4강 후보는 잉글랜드(10.6%)와 스페인(10.4%). 독일(9.5%)과 아르헨티나(9.1%)가 뒤를 이었다. 반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FC 대한민국은 아직 순위권에 없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