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낙찰가율 떨어진 경매 시장… 배경지식 있다면 매력 누릴 수 있어 상승기엔 입찰가 높여야 낙찰… 하락-절벽기엔 낮게 써도 경쟁 적어 주변여건 따져 저평가 매물 고르면,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낙찰 가능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요즘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수상하다. 거래절벽이 지속되고 있고,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럴 때일수록 빛을 발하는 게 경매 재테크다. 부동산 전망이 암울하다 보니 경쟁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시장을 제대로 전망할 줄 알고, 저평가된 유망 지역을 선별해낼 수 있는 지식만 갖춘다면 경매의 매력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기다.
경매에서 입찰가 산정은 중요한 과제다. 입찰가를 높게 써내야 낙찰을 받을 수 있지만, 2등과의 차이도 최소화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낙찰을 받아도 차순위와의 격차가 크다면 왠지 불안하다. 만에 하나 단독으로 낙찰받게 되면 불안감이 극대화되는 것이 초보자들의 심리다. 불안감이 크다 보니 입찰가를 낮게 쓰게 되고 그러다 보면 패찰의 연속이다. 경매 초보가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인 악순환이다.
제대로 된 입찰가는 꼼꼼한 시세 조사와 철저한 권리분석을 통해 나온다. 입찰가를 산정할 때 경매 고수들이 또 하나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있다. 부동산시장이 현재 상승 중인가 하락 중인가를 살피는 일이다. 상승 중이라면 수익을 줄이고 입찰가를 공격적으로 산정한다. 낙찰받고 명도를 끝내는 몇 개월 동안 시세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승기 중에는 다소 높게 써도 일단 낙찰받는 것이 이득이다.
감정가는 3억9100만 원이었지만, 한 번 유찰을 거쳐 최저가는 2억7300만 원이었다.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다 보니 거래는 끊긴 상태였지만, 평균 시세는 4억6000만 원 정도 형성되고 있었다. 호가는 5억 원까지도 나오고 있던 터라, 평소대로라면 4억2000만 원 이상 써내야 낙찰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 물건에 관심을 가진 K 씨는 행운을 바라고 입찰가를 3억8000만 원대로 써냈다. 시세보다 8000만 원 가까이 싸게 산다는 건 특수물건이 아니고서야 경매시장에서도 드문 일이다. 다만 시장 전망이 어둡다 보니 입찰 경쟁률은 낮을 것이고, 평소의 높은 입찰가는 나오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보다 저평가된 것이 분명해 앞으로 충분히 시세 상승의 여력이 있었다. 추가 시세 상승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우량 아파트였다.
입찰 결과 무려 15명이나 입찰을 했지만 K 씨가 낙찰을 받았다. 놀라웠던 건 2등의 입찰가가 K 씨보다 2000만 원이나 낮은 3억6000만 원대라는 사실이었다. 차순위 입찰자가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저렴하게 입찰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낙찰에는 실패한 것이다.
경매는 이렇게 시세보다 부동산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별도의 지식이 뒷받침된다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경매는 공부하고 경험한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직한 재테크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