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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국내외 오가며 환자 4만여 명에게 의료 봉사 베풀어

입력 | 2022-03-23 03:00:00

제38회 보령의료봉사상
임동권 문산제일안과의원 대상 수상
본상에 이종규-서정성 원장 등 선정




대한의사협회와 보령홀딩스, 보령제약이 주관하는 제38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에 임동권 문산제일안과의원 원장이 선정됐다.

임 원장은 22년간 국내외를 오가며 진료봉사를 이어온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2000년 우연한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12개국에서 57회 수술, 4만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며 봉사활동에 헌신해왔다.

임 원장은 북한 지역에서도 백내장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개안수술과 안과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해외 봉사활동이 어려운 현재도 파주 지역에서 조손·저소득층 아이들의 시력교정용 안경 제작,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활발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제38회 보령의료봉사상 본상은 이종규 울진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아프리카미래재단, 서정성 아이안과의원 원장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원장은 미얀마, 아프간 난민촌, 몽골, 네팔 등에서 의료봉사와 교육지원 사업을 해왔으며 아프리카미래재단은 아프리카 16개국에서 의료환경개선 사업과 교육 활동을 펼쳐왔다. 서 원장은 해외 재난 현장에서 봉사를 해오며 ‘캄보디아 광주 진료소’를 설립해 공적개발원조의 모범이 되는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보령의료봉사상은 국내외 의료취약지역에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웃들에게 인술을 베풀며 헌신하고 있는 ‘이 땅의 슈바이처’를 발굴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보령제약이 1985년 제정한 상이다. 올해로 38회를 맞이한 보령의료봉사상은 그동안 고 이태석 신부와 케냐의 어머니 유루시아 수녀를 비롯해 인술을 펼쳐온 171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의약계 사회공헌분야에서 최고 권위의 상으로 인정받아 왔다.



“의료계 최고 권위의 상 영광… 주변 분들 도움 잊지 않을 것”

임동권 원장의 해외 봉사활동 모습. 보령제약 제공

전공의 때부터 외국인 근로자 진료… 쓰나미 봉사 이후 해외봉사 눈 떠
개원 후 북한 안과 개안수술 봉사… 백내장 수술 봉사로 시력 회복
교사 된 아프리카 소녀 기억 남아… 매일 최선 다해 나눔의 삶 살 것



임동권 원장(사진)을 경기도 파주 문산제일안과에서 만났다. 그는 진료실에서 항상 자신을 낮추고 환자를 높이는 자세로 진료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너털웃음을 지으면 눈이 반달이 되는 임 원장의 진료를 받으면 존중받는 기분이 든다는 환자들의 말처럼 사람 좋은 미소로 취재진을 맞으며 보령의료봉사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의료계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권위있는 상인데 이런 상을 수상하게 돼 가문의 영광입니다. 제가 잘나서 받는 상이 결코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함께해주시는 문산제일안과 직원분들과 원장님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 마음 편히 봉사를 다닐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늘 지지해 주는 가족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임 원장이 의료봉사 활동을 처음 시작한 건 전공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접하게 된 외국인 노동자 진료가 계기가 돼 2000년 구로의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에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수련의 시절에는 시흥동 전진상의원에서 봉사했다. 2003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봉사 이후 해외봉사에 눈을 뜨게 되었고 개원 후에는 주로 북한 지역 안과 개안수술 및 진료 봉사를 위주로 활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중단했지만 임 원장은 봉사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봉사를 못하는 대신 파주 지역 내에서 코로나19 관련 보건소 문진 봉사, 조손가정 및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시력교정용 안경 제작, 장학금 지원 등 활발하게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임 원장은 삼수 끝에 의대에 진학했다. 어릴 땐 의사가 꿈은 아니었지만 둘째 누님이 의대생으로서 공부하고 의사로서 봉사하는 길을 걷는 것을 보고 존경하며 따라가고 싶은 마음에 의사가 됐다고 했다.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제가 의사가 되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주위 분들, 저희 부모님을 생각하면 봉사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숨을 쉬고 사는 것처럼 봉사하는 삶 자체가 제가 살아가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는 것이죠.”

그의 이웃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 지금껏 12개국, 57회 수술, 4만 명을 진료했다. 그중에서 임 원장의 기억에 오래 남는 환자는 수년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모리타니에서 만난 소녀다. 그녀는 소아 백내장으로 양쪽 두 눈을 실명한 상태였다. 2년에 걸쳐 백내장 수술을 했고, 현재 양쪽 눈이 다 잘 보이는 상태로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 잘된 케이스도 있지만 임 원장이 평생 마음에 새기고 실력을 갈고 닦게 된 일도 있다.

“이집트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셨던 할머니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수술이 잘 안됐어요. 수술 조건이 어렵고 협조가 안 돼서 결과적으로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평생을 마음에 두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환자분이죠.”

임 원장은 수술 조건이 아무리 어렵고 협조가 되지 않더라도 환자는 한번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한 봉사자의 마음이 아닐까.

임 원장의 의료봉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나눔의 삶을 살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봉사활동은 계속 할 거예요. 5초에 한 명, 50초에 한 명의 소아가 백내장으로 실명하고 있어요.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할 계획입니다. 훗날 아이들이 즐겁게 의료봉사 활동을 했던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깨닫기를 바라기에 멈추지 않을 계획입니다.”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