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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먹거리]소화기능 ‘쑥’ 면역력도 ‘쑥쑥’, 이른 봄의 호사

입력 | 2022-03-23 03:00:00


비타민A, B, C, E 등 골고루 갖춰… 춘곤증-부인과 질환 등에 도움 줘
솜털 나 있는 어린잎이 맛-향 좋아… 오래 먹으려면 삶아서 냉동실 보관



게티이미지코리아


쑥은 이른 봄에 볼 수 있다. 산이나 들에 막 돋아난 어린잎이 맛이 좋다. 예로부터 오래 묵힐수록 좋은 약이 된다는 약재가 쑥이다. 약으로 사용할 때는 봄에 채취한 쑥을 말려 오래 보관해 뒀다가 쓰면 좋다. ‘7년 된 병을 3년 묵은 쑥을 먹고 고쳤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쑥은 효능을 인정받아왔다. 비타민A, B, C, E 등을 골고루 함유한 천연 종합 비타민제다.

봄에는 신체 활동이 늘어나면서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을 많이 필요로 한다.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식욕 부진, 피로 등 춘곤증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쑥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B군을 섭취하면 피로를 쉽게 풀 수 있다. 특히 비타민B1은 피로를 유발하는 젖산을 없애고 비타민B2는 눈의 피로를 해소한다. 비타민B군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대사에 꼭 필요한 물질이기도 하다. 체내의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우리 몸은 들쑥날쑥한 기온에 적응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면역세포가 사용할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쑥에는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C도 많이 함유돼 있다. 비타민C는 체내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선조들은 쑥을 여성 하복부 질환에 사용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쑥을 ‘애엽(艾葉)’이라고 부르면서 ‘애엽은 맛이 쓰고 성질이 따듯해 오장의 좋지 않은 기운과 풍습을 다스려 장기 기능을 강화한다’고 소개했다. 생리통이나 산후복통 등 부인과 질환은 아랫배가 차가울 때 잘 발생한다. 이때 쑥을 먹으면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면서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고 몸속 노폐물이 잘 배출된다.

대표적인 봄철 음식 쑥버무리.

쑥은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 쑥에 들어있는 시네올 성분은 쑥, 월계수잎, 로즈메리 등 특유의 향을 내는 데 관여하는 휘발성 기름(정유)이다. 살균력이 강해서 장내에 있는 유해균을 없애는 데 기여한다. 게다가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위 건강을 증진시키고 소화 기능을 개선한다.

쑥을 고를 때는 너무 길게 자란 것은 피한다. 줄기가 억세고 쓴맛이 강할 수 있다. 요리를 해도 뻣뻣하기 때문에 무침이나 국으로 끓여 먹으려면 하얀 솜털이 나 있는 어린 것을 고른다. 이른 봄날 응달에서 자란 부드러운 쑥잎이 맛과 향이 향긋하고 진해서 좋다. 줄기가 많이 자란 것은 튀김용이나 약쑥으로 사용하면 좋다.

쑥을 오래 두고 먹으려면 온도를 1∼5도 가량으로 3일 동안 유지하면서 보관한다. 초봄에 막 자란 쑥을 따서 삶고 냉동실에 보관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하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어린 쑥의 밑동을 제거하고 소금물에 씻어서 이용하거나 완전 건조 대신 수분이 남아있게 말려서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약재로 사용할 때는 잘 자란 것을 햇볕에 말려 건조한 곳에 뒀다가 필요할 때 끓여 먹으면 된다. 쑥은 독한 맛이 있어 삶은 후 하룻밤쯤 물에 담갔다가 먹는 게 좋고 말려 두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개피떡이나 쑥버무리는 쑥의 산성을 중화하고 영양적으로 상호 보완할 수 있다. 쑥을 튀김으로 할 때는 기름 온도를 조금 낮추고 천천히 튀기는 것이 좋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