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발인은 19일에 했어야 하는데 사흘이나 밀려서 6일장을 하게 됐어요. 가족들이 기다리는 동안 너무 지치고 힘들어했습니다. 돌아가신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지치는데 회사에도 장례가 밀린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게 너무 괴로웠습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에 육박하고 누적 사망자는 1만3000명을 넘었다. 매일 수백명 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화장장 포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가 높다. 유족들은 고인을 떠나 보낸 슬픔과 별개로 쉽지 않은 장례 절차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찾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서울추모공원에는 오전부터 고인을 모시기 위한 유족들이 줄을 이었다. 고인과 유족들을 태운 운구차 4대가 연이어 정문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코로나 확진자를 태운 구급차도 눈에 띄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화장장에 도착한 유족들은 더이상 울 힘도 없을만큼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운구 버스에서 내린 40대 이모씨는 접수를 채 하지도 전에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는 “돌아가시고 난 뒤 며칠간 너무 힘들었다”며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분통을 터트렸다.
방역당국은 감염 전파 등을 우려해 고인이 코로나에 확진된 경우 반드시 화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확진 사망자가 늘어나자 화장장에 과부하가 걸렸다. 화장이 미뤄지다보니 유족들은 3일장을 넘겨 5~7일동안 장례를 치르는 실정이다.
상조회사 직원 이모(51)씨는 “두달 전부터 화장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기본 2~3일 정도 기다려야 했다”며 “이곳도 오후 7시30분까지 운영 시간을 늘렸는데 수요가 워낙 많다”고 전했다.
그는 “화장장들은 해당 지역 수요도 감당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서 외부에서는 안 받으려고 하는 실정이다”며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3일차 화장률을 보면, 올해 1월 82.6%, 2월 77.9%였는데 3월 들어서는 지난 19일 기준 34%로 급감했다. 전국 화장장들이 화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3일차 화장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장례절차가 길어지면서 유족들은 슬픔과는 별개로 괴로운 상황에 놓여져 있다.
화장장 예약이 밀려 이날까지 6일장을 치르게된 김모(48)씨는 “장례식장은 물론 화장장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돌아가신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지치는데 회사에도 장례가 밀린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게 너무 괴로웠다”고 호소했다.
최근 5일장으로 장례를 치렀던 김모(35)씨도 “빈소를 잡기도 어려웠지만 가장 문제가 화장장이었다”며 “절차가 길어지면서 지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고 소식을 알린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힘들었다. 빈소에 긴 시간 모여있다 보니 코로나에 대한 불안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화장장을 찾아가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관외 시신을 받지 않는 화장장이 많아 쉽지 않다고 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