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아일랜드’ 김규현-안홍준씨, 지역 특산물 활용 수제맥주 제조 학부 때 과제물이 실제 창업으로 수익금 일부는 지역사회에 기부 “앞으로도 색다른 맥주 만들 것”
강원도 감자 등으로 수제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감자 아일랜드’의 공동대표 김규현(왼쪽), 안홍준 씨. 이들은 지난해 5월 춘천시 우두동에 감자 아일랜드를 열면서 수제 맥주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춘천시 우두동 소양강 인근의 ‘감자 아일랜드’는 강원도산 감자로 수제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술을 빚는 양조장과 마시는 브루펍(30여 석)이 나란히 있다. 이 넓지 않은 공간에서는 맥주와 함께 20대의 젊은 감자 수제맥주 창업자들의 꿈이 익어간다.
공동대표 김규현(28) 안홍준 씨(27)는 강원대 독어독문학과 1년 선후배 사이다. 2019년 학부 마지막 학기에 같이 수강한 창업 강의가 그들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전공과 관련 있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는 과제물을 받고 감자 맥주를 떠올린 것이 감자 아일랜드의 시작이었다.
“독일이면 맥주, 강원도면 감자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했어요. 강원도에서 많이 생산되는 감자로 맥주를 만들어 팔면 장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죠.”
두 사람은 창업 구상을 구체화했다. 2020년 서울의 맥주 공방을 오가며 맥주 만드는 방법을 익혔고, 경기대 평생교육원에서 6개월 동안 수제맥주 강좌를 수강했다. 이때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허주용 양조팀장을 만난 것도 큰 힘이 됐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맥주와 안주를 개발하고, 점포 입지를 찾았다. 양조장 시설과 매장을 꾸미고 시험 가동을 거쳤다.
2년 동안의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지난해 5월 감자 아일랜드를 열었다. 부족한 자본금 탓에 외곽에 둥지를 틀 수 밖에 없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도 있었지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독특한 수제맥주에 대한 반응이 좋아 단골손님이 늘었고 이제 주말이면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감자 아일랜드가 파는 대표 수제맥주는 5종. 가격은 생맥주 330mL 기준으로 5000∼8000원이고 병맥주는 10% 저렴하다. 최고 인기 품목은 감자가 들어간 ‘포타페일에일(POTA Pale Ale)’. 탄산감 넘치는 아메리칸 페일에일(알코올 함량이 적은 맥주)에 감자가 결합됐다. 감자향보다 과일향이 나는 쌉싸래한 맛이 맥주 마니아들을 사로잡는다.
춘천 소양강 복숭아를 직접 갈아 넣은 ‘말랑피치사워’, 강원도산 팥이 들어간 흑맥주 ‘단팥 슷타우뜨’, 파인애플 오렌지 망고향을 느낄 수 있는 ‘쥬씨랜드 IPA’도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지역 주민을 위한 맥주 ‘우두동 사람들’도 있다. 한 잔에 5000원인 이 맥주는 주소지가 우두동인 고객에게는 1000원을 할인해주고, 판매 수익금은 우두동에 위치한 보육원 등에 기부된다.
감자 아일랜드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1억 원 정도. 투자를 늘려야 하는 창업 초기여서 남는 것은 많지 않지만 수익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6월 춘천 도심의 신축 아파트 주변에 낼 2호점이 수익 창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두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와 안 대표는 “우연하고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했지만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감자 외에 다양한 지역 특산물로 색다르고 재미있는 맥주를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