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사범 1심 재판 6개월 내 선고” 규정 깨고 이달중 재판날짜 안 잡혀 지방선거 앞두고 6월前 선고 힘들듯
지난해 10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형준 부산시장의 재판이 지연돼 시민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선거사범 1심 재판은 기소 후 6개월 내 선고한다’는 공직선거법 강행규정에 따라 이달 중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규정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2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시장 재판과 관련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7차례 공판기일이 열렸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전·현직 직원 등 39명의 증인을 신청했지만 이 중 20명만 신문이 이뤄졌다. 박 시장의 변호를 맡은 원영일 변호사는 “무죄를 확신하기에 당초 검찰의 증거 신청에 많은 부분 동의했음에도 다수 증인이 불출석해 재판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2월 법원 인사에 따라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일정은 더 촉박해졌다. 아직 검찰 측 증인만 10여 명 남아 있는 상태여서 6월 전 1심 선고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재판 내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박 시장이 2009년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국정원에 ‘4대강 정책’ 관련 불법 사찰 지시를 내리거나 사찰로 작성된 문건을 보고받았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홍보기획관 재직 시 불상의 산하 비서관 또는 행정관을 통해 국정원에 사찰을 지시하고 관련된 내용을 문서로 보고받았음에도 보궐선거를 앞두고 방송사 인터뷰 등에서 이를 부인해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란 취지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시민단체 등을 불법 사찰한 사실이 없고, 청와대에 근무하며 한 번도 국정원에 어떤 자료를 요청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도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제기한 고발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변호인도 공판 과정에서 공소사실 자체에 문제점이 많다며 반박했다. 원 변호사는 “공소장에 불법 사찰의 방법이나 내용이 모호하고 불법 사찰을 지시받았다는 청와대 직원도 특정하지 못했다. 이는 범죄의 방법 등을 특정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제기 방식에 어긋나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문건 확보를 위해 지난해 8월 국정원을 압수수색할 때 수사기관 관계자가 입회하지 못하고 국정원 직원에 의해 영장이 집행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역시 법을 위반했기에 문건이 증거능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의 8차 공판기일은 28일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다. 29일에는 당시 청와대에 파견됐던 국정원 전 직원 A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미국에 체류 중인 A 씨는 시카고 총영사관에 출석해 부산지법 법정과 원격으로 신문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