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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분수광장 1인시위자들 “용산 가야 하나…”

입력 | 2022-03-23 03:00:00

“대통령 있는 국방부 앞 등서 계속”




“대통령 있는 곳으로 가야죠. 그 앞에서 해결될 때까지 목소리를 낼 거예요.”

22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계란이력제 철폐’를 요구하며 홀로 피켓시위를 이어가던 박창록 씨(64)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이후 계획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하면서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이들도 새 시위 장소를 물색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앞 분수광장은 대통령 집무실과 가까워 1인 시위자들이 손팻말 등을 든 채 단골로 시위를 벌이는 곳이다.

21, 2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1인 시위자 10명 중 6명은 “대통령을 따라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KT 복직을 요구하며 1년 넘게 시위를 해 왔다는 조태욱 씨는 “오직 대통령이 있는 곳을 향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국방부 신청사 앞으로 시위 장소를 옮기겠다고 했다.

경찰도 집무실 이전 시 국방부 청사 인근이 시위의 새 집결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인 시위는 국방부 정문 앞, 대규모 집회는 전쟁기념관 앞 공터, 소규모(10∼20인) 집회는 국방컨벤션센터 앞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방부 정문 앞에선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더구나 국방부 신청사 앞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금지구역도 아니다. 집시법은 대통령 관저 인근 100m 이내 집회 및 시위 개최를 제한한다. 하지만 국방부 신청사는 대통령 ‘집무실’일 뿐 ‘관저’가 아니다.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함께 있지만, 윤 당선인의 경우 취임 후 한남동 공관을 관저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제한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집무실 앞 경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에선 대통령이 국민들의 민심을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소수지만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시위를 중단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토지 반환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노숙 시위를 5년 동안 벌여왔다는 지문열 씨(68)는 “이제 너무 지쳤다”며 “집무실을 옮기면 시위를 그만하려고 한다”고 했다.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 달라”며 3년 넘게 1인 시위를 이어왔다는 유경숙 씨(63)는 “광화문이나 종로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라고 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