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 대통령이 통의동 ‘임시’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초유의 일이 실제로 벌어질 듯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했다. 전날 “촉박한 계획” “안보 공백과 혼란” 등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건 데 이어 같은 취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은 “난관을 이유로 꼭 해야 할 개혁을 우회하거나 미래에 국민 부담으로 남겨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5월 10일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은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엔 안 들어가고 당분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쓰면서 용산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전에 용산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한 윤 당선인 계획에 무리한 대목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물러가는 권력이 새로 들어설 정부의 청와대 이전 계획을 가로막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당선인 측의 용산 이전 방안에 실질적으로 우려되는 점이 있거나 조언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조용히 비공개로 전달하면 될 일 아니었나.
새 대통령이 통의동 임시 집무실로 들어가는 상황은 적절치 않다. 예기치 않은 국가적 차원의 안보 및 재난 위기가 닥칠 경우 대응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청와대 지하벙커의 국가위기관리센터만 사용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굳이 임시 집무실을 따로 둬야 하는지, 그게 과연 효율적인지도 의문이다. 청와대 이전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의지와 진정성은 그 정도면 충분히 확인됐다. 이젠 국민 다수가 끄덕일 만한 단계적 ‘실행 로드맵’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