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현대차그룹이 지분율 99.8% 소유… 작년 하반기부터 직할 경영 본격화 미-중-영 등 14개국서 사업 다각화… 채권 발행해 친환경차 판매 지원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12월 기아가 지분을 20.1%에서 40.1%로 늘리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직할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 현대캐피탈의 1대 주주인 현대자동차(59.7%)와 합치면 현대차그룹의 지분은 99.8%에 달한다. 현대캐피탈을 오래도록 지휘했던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현대차그룹과의 결속력이 강화됐다. 자동차그룹에 최적화된 회사로서 글로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그룹 금융사 입지 강화
현대캐피탈과 현대차그룹의 결속력은 그룹의 직할 경영 체제 도입과 함께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현대캐피탈은 현대차, 기아와 원 팀 구조를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금융-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또 디지털 혁신을 통해 자동차금융 서비스의 경쟁력도 빠르게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과의 재무적 결속력도 강해지고 있다. 현재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캐피탈에 현대차와 동일한 ‘Baa1(안정적)’, ‘BBB+(안정적)’, ‘BBB+(안정적)’ 신용등급을 각각 부여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차가 동일한 글로벌 신용등급을 부여 받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도 두 회사를 동등한 크레디트(credit)로 인식하고 있으며, 두 회사를 동일체로 보는 시각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공략 박차
그 결과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 속에서도 해외 시장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전체 자산 105조 원 가운데 해외 자산 규모가 74조 원 이상이었다. 국내 자산(31조 원) 규모를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지난해 전체 해외 법인에서 거둔 세전 이익은 1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현대캐피탈은 해외 사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2020년 인도네시아와 2021년 이탈리아 지점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초 프랑스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본격 자동차금융 사업을 펼치는 ‘현대캐피탈 프랑스(HCF)’를 공식 출범했다. 유럽 2대 자동차 시장인 프랑스를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진출 지역을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사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해외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2020년 7월 ‘현대캐피탈뱅크유럽(HCBE)’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럽시장에서 자동차 리스 사업을 펼치고 있던 ‘식스트리싱(Sixt Leasing)’을 인수한 뒤 ‘얼라인(Allane SE)’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얼라인은 기존 상품 외에도 유럽 내 구독형 상품과 친환경 차량 관련 금융 상품 등 새로운 콘셉트의 상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신사업에 최적화된 서비스 개발
우선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 지원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일반화되지 않았던 친환경 채권인 ‘그린본드’를 2016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발행했다. 이후 올해 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누적금액 약 3조4600억 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활동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이 제한된 채권을 의미한다. 현대캐피탈은 그린본드로 조달한 금액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할부와 리스, 렌트 등의 금융 서비스 제공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현대차그룹이 차세대 전략 사업으로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 그룹 내 금융 3사(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체제일 때와 달리 신사업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파트너십 체결과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918억 원의 배당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해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현대카드와의 경영 분리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한층 더 강력한 결속력을 갖게 됐다”며 “현대차그룹의 전속 금융사로서 그룹의 금융부문 이익 성장에 적극 기여하고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 및 기아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