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정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
대학생들의 글에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서 친구들과 주고받았을 법한 표현이 등장한다. 또 요지를 파악하기 힘든 길고 장황한 문장, 기본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조차 무시한 글, 어울리지 않는 덩어리 표현, 주어-서술어가 맞지 않는 문장, 문단이 없는 형식 파괴 글, 과도한 피·사동 사용, 어법에 안 맞는 문장 등 다양한 오류가 들어있다. 특히 개선이 시급한 것은 길고 복잡한 문장 사용이다. 심한 경우 한 문장이 400자를 넘기도 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말을 배우기도 전에 디지털 모바일 환경을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이런 MZ세대는 인쇄물이 아닌 훨씬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대량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해 왔다. 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영상 매체나 SNS는 대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특히 유튜브는 특정 정보의 내용을 집약적으로 가공해서 전달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갇힌 사고, 수동적 사고에 길들게 되기 쉽다. 영상 매체를 가까이하고 책을 멀리하면 어휘력이 부족해진다. 글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 저하의 원인은 바로 빈약한 어휘력에 있다. 좋은 평가를 받은 학생들의 글에는 맥락에 맞는 적절한 어휘가 들어있다. 풍부한 어휘력은 독서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할까?
독서가 ‘인풋(input)’이라면 쓰기는 ‘아웃풋(output)’이다. 잘 쓰려면 일단 잘 쓴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많이 읽을 자신이 없다면 좋은 문장을 자주 접하려고 애써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모델로 삼고 싶은 문형이나 문체를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닮고 싶은 문형이나 문장은 실제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글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작품이 생기면 그 작가가 쓴 글을 모두 찾아 읽는 것도 책과 빨리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다. 글을 구성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칼럼을 자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칼럼은 길이는 짧지만 삼단 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짜임새 있게 글 쓰는 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글 쓸 계획을 세웠다면 가능한 빨리 초고 작성을 끝내고 퇴고에 정성을 쏟는 것이 좋다. 맞춤법이나 문법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초고를 가능한 한 빨리 완성한 후, 글에 살을 붙이고 문장을 다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초고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계속 고치다가 중도 포기하거나 초고를 그대로 제출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해서는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작가들도 초고를 수차례 고친다고 하지 않는가.
이연정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