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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마지막 당부…“‘일관성 있는 통화정책 필요”

입력 | 2022-03-23 16:18:00


 이달 말로 8년간의 임기를 끝내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마지막 공식석상에서도 8년 전 취임사와 마찬가지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 운영’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진행된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마지막 당부의 한마디를 남겨 달라는 기자들의 청에 “제가 총재 부임하면서 마음에 새기고 다짐했던 것이, ‘중앙은행의 존립기반은 국민의로부터의 신뢰에서 온다’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총재직을 수행하면서 이러한 하나의 큰 기준을 마음에 두고 업무에 임했다. 그런데 이 신뢰라는 것은 그냥 말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고,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서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미국의 경제학자인) 앨런 블라인더라는 사람이 말한 대로 레코드, 기록, 그 산물이 바로 신뢰다. 중앙은행의 존립기반은 어디까지나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라는 것을 우리 직원들이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1977년 한은에 입행한 뒤 경제전망을 담당하는 조사국장과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정책기획국장을 거쳐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를 역임했다. 이어 부총재(3년) 재임 때는 당연직 금통위원으로서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했고, 총재를 연임하며 8년 동안 금통위 의장으로서 통화정책을 주도했다.

그는 ‘정권 교체에도 처음으로 연임한 총재’, ‘43년 한국은행 최장수 근무’ 등의 기록을 남겼는데, 특히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17년간 참석하기도 한 통화정책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주열 총재는 재임 8년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취임 당시 2.50%였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0%까지 인하했다가 1.25%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퇴임을 맞게 됐다.

특히 이 총재는 2021년 8월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으로서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서 주목받았다. 블룸버그 출신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지난해 11월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연준이 말만 하고 있을 때, 한은은 행동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라는 것이 정확한 경제상황 진단과 전망에 기초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높은 불확실성 하에서, 더욱이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사건들이 빈발하다 보니 적시에 정책을 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지난 8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몇 가지 제언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미 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하였는데 우리가 지난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날로 확대되고 있는 중앙은행을 향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디까지 닿아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세계 중앙은행·국제기구와의 더 많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세계경제가 워낙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국제공조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우리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위상도 높아진 만큼 그에 상응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 총재는 이창용 총재 지명자에 대해 “후임 총재 지명자는 학식, 정책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한 사람이라고 본다. 그래서 조언을 드릴 부분은 없다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