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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상낙원’ 선전 속은 탈북 재일동포 北상대 손배소 기각

입력 | 2022-03-23 17:35:00


일본 사법부가 재일동포 북송 사업에 따라 북한으로 건너갔다 탈북해 일본으로 돌아온 5명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도쿄지방재판소은 23일 재일교포 2세 가와사키 에이코(川崎榮子·79)씨 등 5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북한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일본이 관할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또 원고들이 각각 2002년, 2003년에 탈북해 이미 일본에 돌아온 지 20여년이 지난 만큼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송 사업은 북한과 일본이 체결한 ‘재일교포 북송에 관한 협정’에 따라 1959년부터 1984년까지 25년간 진행됐다. 당시 만경봉호 등 북송선을 타고 재일동포와 일본인 가족 등 9만3000여 명이 북한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도 재일 조선인으로 차별받았던 이들은 북한에서도 일본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혀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시달렸고 일부는 수용소로 끌려갔다.

가와사키 씨는 이날 기각 판결 후 “지더라도 양보할 수 없다”며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지상낙원이라는 말에 속아 북한으로 향했지만 식량 배급도 못 받고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더 이상 북한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해 중국을 거쳐 40년 만에 탈출했다”며 북한의 만행을 규탄했다. 변호인단 또한 “부당한 판결”이라며 일본 사법부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 침해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