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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청소까지 떠맡은 간호사…인력도 방역 물품도 ‘바닥’

입력 | 2022-03-23 20:36:00

1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는 참고사진) 2022.3.14/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의료 인력 확진이 늘면서 현장에서 ‘의료대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의료기관과 요양병원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 청소 직원 등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는 바람에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자가검사키트나 방호복 등 방역 물품이 부족하다는 호소도 나온다.
●“대체 인력이 없다”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은 재직 간호사 다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환자를 전원 또는 퇴원시켜 병동 하나를 비웠다. 이 병원 간호사는 “인력이 부족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사흘만 쉬고 다시 출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2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직원이 3484명인 부산의 A 병원은 누적 확진자가 1099명(31.5%)에 이른다. 보건의료노조는 직원의 10% 이상이 확진·격리 상태인 병원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병원은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막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공백이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병원 의사 B 씨는 “중소형 병원은 이미 버티기 힘들고, 그나마 꾸역꾸역 버텨오던 대형병원도 이제 대체인력이 바닥났다”고 했다.
●간호사가 간병·청소도
경기 남양주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즘 간병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예전에는 간병인 연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하루 이틀이면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주일이 넘어도 간병인을 못 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코로나19에 확진된 간병인이 적지 않은 탓이다.

간병인 공백으로 생긴 업무는 간호사가 떠맡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 간호사 정모 씨(38)는 “최근 며칠은 가래를 뱉기 힘들어하는 환자의 가래를 빼내다 하루가 다 지났다. 원래 간병인이 하던 일”이라고 했다.

청소 업무도 간호사 몫이 됐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은 최근 청소 담당 직원이 연이어 확진돼 간호사가 병동 청소까지 하고 있다. 간호사 강모 씨(30)는 “바닥을 쓸고 닦느라 1분도 앉아있기 힘들다. 쉬는 시간이 청소시간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의료 물품도 바닥 드러내
일부 병원에선 방호복과 자가검사키트, 라텍스장갑, 비닐 가운 등 기본 의료물품마저 동나기 시작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박모 씨(55)는 “지금까지 방역용품은 넉넉했는데, 지금은 바닥이 보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병원 지침 상 확진자가 나오면 의료진 모두가 방호복을 입어야 하지만 마스크만 착용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박 씨는 “정부의 방역용품 지원이 줄어든 반면, 확진자가 늘면서 물품 소진은 빨라진 탓”이라고 말했다.

전남 담양군의 한 종합병원은 자가검사키트가 모자라 의료진이 매주 두 번씩 받던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한 번으로 줄였다. 병원 관계자는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은 의료진은 검사를 생략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심각한 의료 붕괴가 불 보듯 뻔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정부가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과 인력을 확충하고, 비상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