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5곳 중 21곳이 ‘1억 클럽’
○ 85개 대기업 중 21개 기업이 ‘평균 연봉 1억’
SK텔레콤은 지난해 평균 1억6200만 원의 연봉을 지급해 1위에 올랐다. 1년 전보다 34% 올랐다. 이어 삼성전자(1억4400만 원), 네이버(1억2900만 원), 삼성SDS(1억1900만 원) 순이었다. 에쓰오일, LG화학, 삼성물산, 기아, 포스코, HMM 등도 1억 원 클럽에 포함됐다.
2020년 이후 1억 원 클럽에 새로 합류한 기업 14곳 중 3곳은 화학업체(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였다. 코로나19 확산 후 글로벌 물동량 증가의 수혜를 받은 HMM, 팬오션 등 해운업체들도 좋은 실적을 거둬 직원 연봉이 평균 1억 원을 넘겼다.
재계에서는 연봉 인상에 따라 인건비 지출 확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 한다.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직원의 이직을 막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이에 네이버의 평균 연봉은 2년 새 52.7%, 카카오는 115% 증가하며 두 회사의 인건비 지출 규모가 1조 원을 넘기도 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면 곧장 이직을 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기업들은 인재 확보는 물론이고 유지를 위해서도 급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임금 격차가 불러올 양극화
연봉 인상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2000년 65.0%에서 지난해 54.5%로 떨어졌다. 수년째 비슷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5월 “대기업 고임 근로자의 지나친 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이나 취약계층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격차 확대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임금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의 임금 인상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필요 인재의 부족 등에 따른 것이다”며 “여기 대응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지난 2년간 수출 중심 대기업들이 팬데믹으로 인한 수혜를 받으면서 양극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해외 주요국이 거의 ‘록다운’ 되면서 한국 수출기업은 상대적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방역체계 영향으로 내수 중심 중소기업 종사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박탈감을 받게 됐다”며 “이러한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