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희 교수가 경기 용인예술과학대 교정을 달리고 있다. 8년 전 남편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예 교수는 요즘도 주당 3∼4일, 30∼40km를 달리면서 나이를 거스르며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용인=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예진희 용인예술과학대 항공서비스과 교수(59)는 8년 전 남편이 갑자기 “부부가 함께 건강해야 한다”며 운동을 권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운동을 싫어했고 결혼한 뒤엔 사회생활에 육아까지 하면서 운동은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건강해야 생을 마칠 때까지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2005년이었을 겁니다. 무더운 여름날 통역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집중하지 못하기에 ‘너희는 꿈이 뭐니’라며 잠깐 샛길로 샌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아이들에게 무심결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야’라고 했어요.”
꼭 지켜야 할 약속은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달리기와 마라톤 등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혼자 동네 뒷산을 오르기도 하고 걷고 달리는 등 체계적인 운동은 아니지만 학생들과의 약속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했다. 남편의 권유 뒤 주위를 살펴보니 바로 함께 달릴 사람들이 보였다. 예 교수는 모교 출신 동호회인 ‘너마클’(서울 여의도고 마라톤클럽)에 가입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분당성마태오성당마라톤동호회(마마동)에도 가입해 토요일엔 마마동에서, 일요일엔 너마클에서 달렸다. 주중에도 2일 10km씩 달렸다. 거리로 따지면 주당 30∼40km를 달렸다. 2014년 가을 중앙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4시간 37분. 그는 “해냈다는 성취감에 날 듯이 기뻤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했다.
“달리니 세상이 달라졌어요. 체력이 좋아지면서 삶이 활기차졌죠. 모든 일에 자신감도 넘쳤죠. 운동하고 출근하면 에너지 넘치는 하루가 돼요. 사실 교수란 직업이 좀 점잖은 측면이 있는데 풀코스를 완주한 뒤엔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근성이 나왔어요. 과거 같으면 학생들을 지도할 때 어렵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기도 했는데 이젠 끝까지 함께 가고 길을 찾아주려고 노력합니다.”
예 교수는 동아, 춘천 등 메이저 대회를 달리다 2017년 말 중앙을 끝으로 풀코스를 접었다. 풀코스 총 5회 완주. 기록을 단축하겠다는 욕심에 훈련도 열심히 했고 마지막 레이스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4시간 32분이란 개인 최고 기록도 세웠다. 예 교수는 “내 한계를 알았다. 기록 욕심에 빨리 달렸는데 그다음 날 왼쪽 발목 심줄과 인대가 늘어났다. 그때 사람마다 역량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운동에 대한 궤도를 수정했다”고 했다. 그동안의 목표가 풀코스 기록 단축이었다면 즐겁게 오래 달리기로 바꾼 것이다. 이후 대회는 10km와 하프코스 등 단축마라톤에만 나갔다. 물론 평소대로 주당 3∼4회, 30∼40km는 꾸준히 달리고 있다.
“한때 기록, 완주 횟수 등에 집착했는데 즐기며 꾸준하게 달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친 뒤 오래 달리기 위해선 보조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과 요가, 필라테스 등을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이 틀어진다거나 이상이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필라테스는 그것을 잘 잡아줘요. 근육운동을 하면 근육 세포가 쫀득쫀득하게 세워지는 듯한 힘이 느껴져요.”
달리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예 교수는 “함께 응원하며 달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해본 사람은 안다.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기쁨이 돼주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했다. 달리면서 평생 함께할 ‘건강한 취미’를 얻었다는 예 교수는 “한 살 더 먹으면 몸이 달라진다는데 난 아직도 몇 년 전과 똑같은 거리를 매주 달리고 있다. 그럼 실제론 더 젊어진 것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