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대확산]신속항원검사 확진땐 ‘셀프 재택치료’ 재택치료 관리 한계에 규정 변경… 확진→처방 속도 높인다지만 고위험군 관리 사각지대 놓일 우려… 개학 3주만에 학생 확진 100만명 감염 정점, 더 길어질 가능성… 약국선 해열제 기침약 품귀 현상도
누적 확진 1000만명 돌파 23일 서울 송파구청 코로나19 상황실에서 한 관계자가 모니터에 띄워진 ‘10,427,247’이란 숫자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인 1042만7247명을 표시한 숫자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누적 확진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정부의 관리 역량을 넘어서면서 고위험군에게까지 ‘각자도생 방역’이 번지고 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 품귀 현상이 극심해지는 와중에 정부는 대책 마련은커녕 점점 손을 놓는 양상이다.
○ 더 커지는 고령층 확진자 ‘사각지대’
정부는 25일부터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로 확진 판정을 받은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 등에게 그동안 하루 2차례 하던 전화 모니터링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 이유로는 “확진된 뒤 곧바로 진료와 처방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인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동네 병원에서 전문가용 RAT를 받으면 보건소 등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는 것보다 결과가 빨리 나와 비대면 진료와 약 처방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하지만 현장에선 정부가 재택치료자 관리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불가피한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0시 기준 전화 모니터링을 받는 재택치료자는 27만1851명이다. 이날 정부는 관리 가능한 최대 인원이 약 36만6000명이라고 밝혔지만 현장의 불신은 팽배하다. 그동안 정부는 재택치료자가 증가할수록 집중관리 대상자는 줄이고, 관리 가능 인원은 늘려 발표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9일 재택치료자가 16만8020명으로 당시 관리 가능 인원(18만3000명)에 다다르자 다음 날(지난달 10일)부터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만 집중관리군으로 정해 전화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이달 15일에도 집중관리군이 24만6326명으로 당시 관리 가능 인원(약 28만 명)에 가까워지자 16일부터 50대 기저질환자의 모니터링을 중단한 바 있다.
○ 학생 확진자 3주 만에 100만 명 넘어
방역당국은 당초 이달 16∼22일을 ‘정점’으로 전망했지만 정점 구간은 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49만881명으로, 1주 전인 16일(40만627명)과 2주 전인 9일(34만2430명)보다 많았다.
특히 학교 상황이 심각하다. 교육부가 전면 등교 방침을 적용하면서 전국 유초중고교 학생 확진자가 개학 3주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1∼21일 코로나19에 확진된 학생이 105만9818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가 교내 확진자가 나오면 학교가 격리자를 직접 가려내고 등교 방침도 알아서 정하라고 한 이후 학교 현장에선 관리가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매일 아침 확진자와 격리자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지쳐 수업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사망자도 폭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화장장 운영 횟수를 늘리는 것 외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1주일(17∼23일) 동안 사망자는 2380명으로, 직전 주(1612명)의 약 1.5배다.
○ 40년 경력 약사도 “이런 약 부족은 처음”
일선 약국에선 해열진통제와 기침약, 가래약 등의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씨(39)는 “특정 약이 부족하면 성분이 비슷한 다른 회사 약으로 대체하면 되는데 이번엔 거의 모든 회사의 약이 없어 그마저도 어렵다”며 “특히 어린이들이 주로 복용하는 시럽형 해열진통제가 가장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4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한 약사들도 이렇게 약이 없는 건 처음이라고 말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