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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영·산업1부
하지만 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대감만 가질 일은 아니다. 전체 기업들에 대한 막연한 비호감은 사라지는 대신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평가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시각이 세분화되는 양상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로 드러난 국민들의 기업 인식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민이 각 기업에 제시하는 주문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변해갈 것이라는 신호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선 기업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국민들은 경제성장 기여(37%)와 일자리 창출(24%)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포커스 인터뷰에서도 대부분의 인터뷰 응답자가 ‘본업에 충실한, 미래 투자와 경쟁력 확대’를 요구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재벌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정보기술(IT) 신생 대기업에 대한 잣대가 다르지 않다. 새로운 지평에서 평가받는다는 것은 2, 3세 승계 경영인들에게는 시험대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조사와 동일한 대상, 동일한 설계 방식의 과거 조사는 없었다. ‘왜 국민들의 기업 인식에 변화가 생겼나?’라는 시계열적인 질문에 답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얘기다. 향후 몇 년 뒤 같은 조사를 통해서는 현 세대 경영인에 대한 국민 평가의 윤곽이 더욱 뚜렷이 드러나리라 믿는다. 기업과 경영인들이 원하는 ‘성적표’를 받으려면 국민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