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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反기업 정서’… 무거워진 책임감도 느껴야 [기자의 눈/곽도영]

입력 | 2022-03-24 03:00:00


사진출처=pixabay

곽도영·산업1부

기업에 호감을 가진 응답자가 36%, 비(非)호감 응답자가 17%로 나타난 동아일보-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팀 조사 결과에 기업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과거 여러 차례 조사를 통해 생긴 ‘기업에 대한 한국인의 비호감’이라는 선입관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한 4대 그룹 임원은 “조사 결과가 의외였다. 그간 국민 의식이 달라진 것 같아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대감만 가질 일은 아니다. 전체 기업들에 대한 막연한 비호감은 사라지는 대신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평가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시각이 세분화되는 양상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로 드러난 국민들의 기업 인식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민이 각 기업에 제시하는 주문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변해갈 것이라는 신호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선 기업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국민들은 경제성장 기여(37%)와 일자리 창출(24%)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포커스 인터뷰에서도 대부분의 인터뷰 응답자가 ‘본업에 충실한, 미래 투자와 경쟁력 확대’를 요구했다.

별도로 진행했던 18∼20대 대선 키워드 분석에서는 과거의 ‘경제민주화’와 같은 거대 담론은 사라진 대신 ‘코스피’ ‘주식시장’ 등 개인 투자자들과 밀접한 단어들이 상위로 떠올랐다. 최근 개미 주주의 영향력이 대폭 늘면서 과거와 같이 여러 회사들을 통칭해 ‘대기업’, ‘재벌’로 인식하며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는 대신 각 기업별 행보와 실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과거엔 기업인의 일탈에 분노했지만 앞으로는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방적인 물적 분할이나 미미한 배당 정책 등에 더 크게 분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재벌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정보기술(IT) 신생 대기업에 대한 잣대가 다르지 않다. 새로운 지평에서 평가받는다는 것은 2, 3세 승계 경영인들에게는 시험대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조사와 동일한 대상, 동일한 설계 방식의 과거 조사는 없었다. ‘왜 국민들의 기업 인식에 변화가 생겼나?’라는 시계열적인 질문에 답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얘기다. 향후 몇 년 뒤 같은 조사를 통해서는 현 세대 경영인에 대한 국민 평가의 윤곽이 더욱 뚜렷이 드러나리라 믿는다. 기업과 경영인들이 원하는 ‘성적표’를 받으려면 국민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