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지병인 암으로 별세했다고 23일(현지시간) 그의 가족이 밝혔다. 향년 84세.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미국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사진은 올브라이트(오른쪽) 전 장관이 2000년 10월 24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건배하는 모습. 워싱턴=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가족의 발표를 인용해 그가 암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체코 이민자 출신인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나치와 공산정권을 피해 외교관이었던 아버지와 11세에 미국으로 왔다.
컬럼비아대학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밑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브레진스키가 카터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돼 그와 함께 웨스트윙에 입성했다.
1982년 이혼 이후 본격적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 여성 정치인들을 후원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빌 클린턴 당시 아칸소 주지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미소 냉전 종식 시점부터 2001년 9·11 테러 발생 즈음인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외교·안보 정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1기(1993~1997) 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활동하다가 2기(1997~2001년) 임기 때는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첫 여성 국무장관 자리에 올랐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전 국무장관. 사진제공=게티이미지코리아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도 깊이 관여했다. 그는 미국 장관으로서 처음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해 핵무기 확산을 줄이려고도 노력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2000년 7월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백남순 당시 북한 외무상과 회동해 북미 고위급 간 교류를 트기 시작해 그해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방미한 조명록과 논의 끝에 적대관계 종식, 평화보장 체제 수립 등의 내용이 담긴 북미 공동코뮈니케 발표를 이끌었다. 미국 장관 중 최초로 10월 23~25일 평양을 방문했다.
올브라이트의 별세 소식에 전·현직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가 줄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올브라이트를 ’힘’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것이 자신의 상원 경력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별세에 가슴이 아프다”며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이를 깨닫도록 도왔다”고 추도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