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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포격에 아버지 탄 차량 폭발…“나였을 수 있다” 흐느껴

입력 | 2022-03-24 09:57:00


“나였을 수 있다. 차량이 폭파돼서 죽은 게 나였을지도 모른다.”

로이터 통신은 23일(현지시간) 차량이 폭파돼 의붓 아버지를 잃고 땅이 해빙되기 시작해서야 겨우 시신을 묻을 수 있게 된 빅토리아의 얘기를 전했다. 아울러 마리우폴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우크라이나 남동쪽에 위치한 전략적으로 중요한 마리우폴 항구 도시는 근 한 달간 이어지는 전쟁의 주 접전지다.

빅토리아는 러시아 포격에 지붕마저도 날아간 마리우폴의 한 병원으로 의붓아버지 레오니트를 치료하기 위해 실어 보냈다가 영영 그와 이별 하게 됐다.

그는 공장에서 일했던 레오니트가 치료를 받으러 병원으로 가던 길에 차가 폭발해 함께 차에 올랐던 의사와 신원이 불분명한 다른 남자가 동시에 숨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2일이다. 하지만 낮은 기온으로 땅이 얼어 있어 2주가 지난 지금에서야 레오니트를 땅에 묻을 수 있었다.

빅토리아는 임시로 레오니트를 묻은 땅에 작은 십자가를 세우며 “나였을 수 있다”며 흐느꼈다.

그는 레오니트를 나중에 다시 묻을 것이라 다짐했다. “땅이 녹아서 레오니트를 이제서야 묻을 수 있었다”며 “물론 나중에 다시 묻어드릴 계획이다. 지금으로써는 이게 최선”이라고 아쉬워했다.

빅토리아의 사연은 마리우폴의 현주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리우폴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한 때 인구 40만이 복작거리던 도시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진 셈.

그나마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몇 백명 가량의 사람들은 차마 떠나지 못했거나 두려워서 떠나지 못해, 물, 음식, 의약품 혹은 전기도 없이 지하에 숨어 지내고 있다.

러시아 군에 의해 통제되는 도시 일부에서는 인도주의적 보급품을 트럭에서 배포한다.

이날 두 아이의 어머니인 안젤리나는 빵, 기저귀와 아기 음식을 전달받았다. 그는 “언제 구호 물품을 주는지 매번 알 수는 없다”며 “어쩌다 알게 돼서 오면 이미 늦은 뒤였다”고 했다.

빨리 이 곳을 떠나고 싶다는 안젤리나는, 탈출민 수가 점차 줄어, 마리우폴을 떠나는 버스에 자신의 자리가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전쟁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또 우크라이나 인구의 25% 가량에 해당하는 약 1000만명은 그들의 집을 떠나야 했다. 이 중 350만 명은 나라마저 뒤로한 채 떠나야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마리우폴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마리우폴의 전략적 위치 탓이다. 마리우폴은 친러 분리주의자 중 하나로 모스크바와 2014년 합병된 크림반도로 향하는 길목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