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을 수 있다. 차량이 폭파돼서 죽은 게 나였을지도 모른다.”
로이터 통신은 23일(현지시간) 차량이 폭파돼 의붓 아버지를 잃고 땅이 해빙되기 시작해서야 겨우 시신을 묻을 수 있게 된 빅토리아의 얘기를 전했다. 아울러 마리우폴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우크라이나 남동쪽에 위치한 전략적으로 중요한 마리우폴 항구 도시는 근 한 달간 이어지는 전쟁의 주 접전지다.
그는 공장에서 일했던 레오니트가 치료를 받으러 병원으로 가던 길에 차가 폭발해 함께 차에 올랐던 의사와 신원이 불분명한 다른 남자가 동시에 숨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2일이다. 하지만 낮은 기온으로 땅이 얼어 있어 2주가 지난 지금에서야 레오니트를 땅에 묻을 수 있었다.
빅토리아는 임시로 레오니트를 묻은 땅에 작은 십자가를 세우며 “나였을 수 있다”며 흐느꼈다.
그는 레오니트를 나중에 다시 묻을 것이라 다짐했다. “땅이 녹아서 레오니트를 이제서야 묻을 수 있었다”며 “물론 나중에 다시 묻어드릴 계획이다. 지금으로써는 이게 최선”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나마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몇 백명 가량의 사람들은 차마 떠나지 못했거나 두려워서 떠나지 못해, 물, 음식, 의약품 혹은 전기도 없이 지하에 숨어 지내고 있다.
러시아 군에 의해 통제되는 도시 일부에서는 인도주의적 보급품을 트럭에서 배포한다.
이날 두 아이의 어머니인 안젤리나는 빵, 기저귀와 아기 음식을 전달받았다. 그는 “언제 구호 물품을 주는지 매번 알 수는 없다”며 “어쩌다 알게 돼서 오면 이미 늦은 뒤였다”고 했다.
빨리 이 곳을 떠나고 싶다는 안젤리나는, 탈출민 수가 점차 줄어, 마리우폴을 떠나는 버스에 자신의 자리가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마리우폴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마리우폴의 전략적 위치 탓이다. 마리우폴은 친러 분리주의자 중 하나로 모스크바와 2014년 합병된 크림반도로 향하는 길목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