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경영] 현대제철
탄소중립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사회적 가치의 변화가 맞물린 시대 상황 속에서 모든 기업들이 직면한 숙제다. 현대제철은 친환경 차량 강판 개발과 초고성능 극저온 LNG(액화천연가스)선박용 후판 개발, 친환경 연료인 우분으로 고로 연료 대체, CDQ(코크스 건식 소화설비) 설치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등을 통한 친환경 철강사로 거듭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월 ‘1.5GPa MS(Martensitic) 강판’을 개발했다. MS 철은 다양한 미세조직을 가지고 있는데 이 미세조직에 따라 철의 물성이 결정된다. 그중 MS는 가장 강한 강도를 가진 미세조직으로 급속냉각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현대제철이 개발한 1.5GPa MS 강판은 기존에 개발된 동일 규격 강판 대비 평탄도 및 내균열성을 대폭 개선한 제품이다. 기존 MS 강판은 급속 냉각 과정에서 강판의 평탄도가 저하되고 제품 사용 중 수소 침투로 인한 균열이 발생하는 등 품질 확보가 어렵다. 자동차 소재로 상용화되는 경우가 매우 제한적이었던 이유다. 이를 극복한 현대제철의 신규 MS 강판은 전기차의 배터리 케이스 및 범퍼, 루프사이드 보강재 등에 다양하게 적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제철이 개발한 9% Ni(니켈) 후판은 극저온 환경(영하 196도)에서도 충격에 대한 내성이 뛰어나고 용접성능이 우수해 LNG 연료탱크 등에 사용되는 초고성능 강재다. LNG는 기존 선박용 디젤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이 현저히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저장시설 내부를 영하 165도 아래로 유지해야 하는 등의 기술적 제한이 따른다. 현대제철은 2018년 9월부터 9% Ni 후판 신강종에 대한 개발에 착수했다. 2020년 9%니켈강 개발을 완료하고 모든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부터는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연료탱크용 소재로 9% Ni강 수주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
현대제철은 또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슬러지(침전물)를 제철 과정 부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제철소의 제강 공정에서는 쇳물 속 불순물(황, 인)을 더욱 쉽게 제거하기 위해 형석을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폐수슬러지에 포함된 주성분이 형석과 유사한 성분이라는 점에 착안한 연구였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제철세라믹 3사는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30t의 형석 대체품을 사용해 철강재 생산에 성공했다. 형석은 전량 남미와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 광물이다. 현대제철에서는 연간 약 2만 t의 형석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번 기술 개발로 작년 하반기(7∼12월)부터는 폐수슬러지 재활용품으로 일부 대체했고, 향후 점차 사용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