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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작업이 많은 컴퓨팅 환경, '가성비보다 CPU 구성 확인해야'

입력 | 2022-03-24 17:49:00


코드명 ‘엘더레이크’로 불리는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소비자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2014년 출시된 5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 7년 만에 공정 미세화가 적용된 데스크톱 프로세서로, 직전 제품인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비교해도 클럭당 속도(Instruction Per Clock, IPC)가 20% 향상되었다. 또한, 고성능을 담당하는 성능 코어와 고효율 및 저전력에 동작하는 효율 코어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적용돼 고성능과 고효율을 동시에 만족한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AMD와의 대결 구도 역시 반전됐다.

다나와 리서치가 집계한 2021년 월 CPU 판매량 추이를 살펴보면, 7월 이전까지는 인텔이 앞서다가 5월부터 7월까지는 AMD가 다시 앞서는 등 판매량 경쟁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출시된 10월부터 다시 인텔의 판매량이 61% 이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머큐리 리서치가 매년 집계한 데스크톱 프로세서 점유율에서도 2020년 4분기에 인텔 80.7%, AMD 19.3%에서 2021년 4분기 기준 인텔 83.8%, AMD 16.2%로 격차가 벌어졌다.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제품은 가격 대 성능비가 우수한 i5-12400F와 고성능 게이밍 컴퓨터의 기준인 i7-12700이다.

가성비 높은 i5-12400F VS 다재다능한 i7-12700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시리즈, 새로운 LGA 1700 소켓 기반이다. 출처=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지난해 10월 공개됐다. 당시에는 고성능 제품군 6종만 공개돼 고성능 데스크톱만 조합할 수 있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찾는 보급형 프로세서 및 칩셋이 공개된 것은 올해 1월 초 열린 CES 2022에서다. 이때 공개된 프로세서는 총 22개며, 중급형 칩셋인 H670과 보급형 칩셋인 B660, H610도 각각 공개됐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인텔 코어 i5-12400F를 활용하고 조금 더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활용할지, 혹은 인텔 코어 i7-12700을 활용해 프로세서 성능을 끌어올릴지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두 조합 모두 최신 게임이나 작업 용도로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텔의 새로운 CPU 구성인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변수로 떠올랐다. 11세대까지는 성능 차이로 제품을 구분했지만, 12세대부터는 코어 구성 및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 인텔 코어 i5-12400F는 6개의 성능 코어와 12스레드로 구성돼있고, i7-12700은 8개의 성능 코어와 4개의 효율 코어가 조합된 20개의 스레드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효율 차이가 벌어진다.

하이브리드 코어를 적용한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내부 구조. 출처=인텔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중 효율 코어를 갖춘 제품은 윈도우 11에 탑재된 인텔 스레드 디렉터 기술을 통해 최적의 성능 향상이 이뤄진다. 성능 코어는 단일 코어 및 요청 스레드가 적은 성능에 투입돼 게임 및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효율 코어는 백그라운드 작업 등 스레드 확장이 많은 작업으로 배분된다. 코어 i5-12400F는 성능 코어만 6개이므로 다중 작업 시 효율도는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CPU 성능을 수치로 확인하는 프로그램, 시네벤치 R23을 실행하면 인텔 코어 i5-12400F의 점수는 약 1만 2천 점이 나오지만 인텔 코어 i7-12700는 약 2만 1천 점에서 2만 4천 점으로 i5-12400F의 두 배에 가깝다.

코어의 연산 속도가 높다는 건 작업의 효율이 뛰어나다는 뜻이지만,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적용된 프로세서는 고 연산 작업과 저 연산 작업을 진행할 때 훨씬 유연하게 동작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예를 들어 게임을 실행한 상태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영상을 중계한다고 하자. 이때 연산이 투입되는 작업은 게임과 라이브 스트리밍용 프로그램, 웹브라우저는 물론 윈도우 백그라운드 작업 등이 모두 포함된다.

12세대 인텔 코어 i5-12400 패키지. 출처=인텔


효율 코어가 없는 i5-12400F는 다른 저 연산 작업에도 성능 코어가 투입되므로 그만큼 게임의 효율이 떨어진다. 반면 i7-12700은 스레드 디렉터가 연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므로 게임에는 성능 코어가 배치되고,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기타 작업에는 효율 코어가 배치된다. 덕분에 다중 작업에 훨씬 쾌적하다. 마찬가지로 영상 편집을 진행하면서 문서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거나, 3D 렌더링을 하면서 영상 회의를 진행하는 등의 복잡한 작업에서도 i7-12700이 훨씬 효율적이다.

게이밍 성능은 비슷··· 평소 활용 조건 고려해야

i5-12400F와 i7-12700의 게이밍 성능 자체는 거의 비슷하다. 단, 다른 작업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때 차이가 난다. 출처=인텔


게임 성능만 고려한다면 어떨까? 의외로 게임 성능은 코어 i5-12400F와 i7-12700의 차이는 크지 않다. CPU가 게임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프레임 처리나 부가적인 연산 처리에 가깝고, 성능 자체는 그래픽 카드의 영향이 훨씬 크다. 따라서 가격대 성능비를 추구하거나, 순수하게 게이밍 성능만 고려한다면 코어 i5-12400F를 선택해도 무방하다.

특히, 100만 원대 초반 구성일 때 좋다. 코어 i5-12400F의 가격은 22만 원대로, 14~20만 원 사이인 B660 칩셋 메인보드와 조합하기 좋다. 여기에 엔비디아 RTX 3050 혹은 AMD 라데온 RX 6500 등을 활용하면 100만 원 초반으로 보급형 게이밍 데스크톱을 만들 수 있다. 추후에 RTX 3070 이상의 고성능 그래픽 카드로 업그레이드해도 병목 현상 없이 게이밍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국산 온라인 게임을 즐기거나, 가벼운 사진 편집 및 영상 작업 등을 진행한다면 i5-12400F가 효율적이다.

최근의 컴퓨팅 환경은 단일 작업만 수행하지 않고, 또 소프트웨어들 역시 다중 코어를 기본으로 지원한다. 코어 수가 많을수록 컴퓨터의 효율성은 늘어나고, 작업 환경은 쾌적해진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컴퓨팅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i7-12700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12세대 인텔 코어 i7-12700 패키지. 출처=인텔


가격은 내장 그래픽이 제외된 i7-12700F가 41만 원대, 내장 그래픽이 있는 i7-12700이 43만 원대다.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K 모델은 53만 원대고, 내장 그래픽 없이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KF 모델은 49만 원대다. 데스크톱으로 구축한다면 i7-12700F에 RTX 3060을 조합했을 때 140~150만 원대로 가능하고, i7-12700K 모델은 그래픽 카드에 따라 200~400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만약 i7-12700 및 i7-12700F를 선택한다면 똑같이 오버클럭을 지원하지 않는 H670 혹은 B660 칩셋 메인보드를 활용하는 게 좋다. 반대로 오버클럭이나 DDR5 메모리 사용 등을 고려한다면 i7-12700K에 Z690 메인보드를 써야 한다. 만약 i7-12700에 Z690 메인보드를 활용하면 가격은 훨씬 비싼데, CPU와 메인보드 모두 성능을 끌어낼 수 없게 되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복잡해진 작업 환경, 처음부터 고성능이 유리해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소비자가 성능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당장 i5-12600는 성능 코어만 6개고, i5-12600K는 성능 코어 6개에 효율 코어가 4개 더 붙는다. 실제 작업 효율에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인텔 i5-12400과 i7-12700 역시 마찬가지다. 게이밍 성능은 비슷하지만, 영상 편집이나 렌더링 등 고 연산 작업에선 체감할만한 차이가 난다. 특히나 고 연산 작업과 저 연산 작업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라면 i7-12700을 활용하는 게 이상적이다.

올해 1월을 기점으로 그래픽 카드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데스크톱을 맞추기 좋은 시기가 됐다. 게다가 올해 말 출시될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비교해 약 1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예정이므로, 지금 12세대를 구매해도 11세대와 12세대처럼 성능이 크게 벌어질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지난 몇 년간 데스크톱 구성을 미뤄왔다면, 지금 한번 견적을 짜 보길 바란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