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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계-기업 부채 4500조 돌파…경제규모의 2.2배

입력 | 2022-03-24 18:41:00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2022.3.11/뉴스1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이 짊어진 빚이 사상 처음 4500조 원을 돌파해 한국 경제 규모의 2.2배를 넘어섰다.

민간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어 다중채무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와 한계 기업들이 ‘부실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이미 유동성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는 27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 가계·기업 빚, 4500조 원 돌파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가계 및 비영리단체)와 기업(비금융법인) 부문 부채를 더한 민간신용(민간부채)은 4540조 원으로 추산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이후 최대치이며, 1년 전에 비해 409조4000억 원(10.0%) 급증한 규모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09년 6월 말(11.0%) 이후 11년 반 만에 가장 컸다. 부문별로는 가계신용(2180조 원)과 기업신용(2360억 원)이 1년 전에 비해 각각 9.2%, 10.7% 늘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220.8%였다. 민간 부문 빚이 국내 전체 경제 규모의 2.2배를 웃돈다는 뜻이다. 이 비율 또한 2020년 말에 비해 7.1%포인트 뛰어 역대 가장 높았다.

가계신용에서 비영리단체를 제외한 가계 빚은 1862조1000억 원으로 1년 새 7.8% 늘었다. 그동안 10% 안팎이던 가계 빚 증가세가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와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다소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부진이 계속된 데다 이자 부담이 늘면서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더 심해졌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73.4%로 1년 전보다 4.3%포인트 뛰었다.


● 72조 원 빚 가진 자영업 27만 가구 ‘유동성 위험’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일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자인 취약차주는 전체 대출자의 6.0%, 대출 잔액의 5.0%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빚으로 연명하는 취약차주들이 부실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금융 지원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빚을 가진 자영업 가구 가운데 ‘적자가구’는 약 78만 가구로 추산됐다. 전체 자영업 가구의 16.7% 수준이다. 적자가구는 소득에서 필수 지출과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뺀 금액이 마이너스인 가구를 뜻한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177조1000억 원으로 전체 자영업 금융부채의 36.2%를 차지했다.

특히 자영업 적자가구 중 27만 가구는 유동성 자산으로 적자를 1년도 감당할 수 없는 ‘유동성 위험가구’였다. 이들의 금융부채는 72조 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3월(59조2000억 원)에 비해 12조8000억 원 늘었다.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금융 지원을 중단할 경우 자영업 적자가구와 유동성 위험가구의 금융부채는 각각 58조 원, 41조 원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 지원책이 자영업자 유동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업권별 업황과 유동성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인 출구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코로나19 금융 지원책의 연착륙 방안을 비롯해 윤석열 당선인이 내건 대출 규제 완화 공약에 대한 실행 방안 등을 보고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현재 규제지역에서 40%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1주택자에 대해 70%로, 생애최초 주택 구매에 대해선 80%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주택 매매가 둔화된 만큼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LTV를 일부 완화하더라도 대출 부실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출 규제를 풀 경우 둔화된 가계 빚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