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전격 발사해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중단)’을 끝내 파기했다, 40여일 뒤 출범하는 한국의 차기 정부를 길들이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극한 대치 중인 미국을 ‘코너’로 몰아붙여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강대강(强對强) 전술로 풀이된다.
●화성-15형처럼 고각(高角)발사, 역대 최강 성능 실증
북한은 이날 평양 순안 일대에서 ICBM을 거의 수직으로 발사했다. 정상 각도로 쏘면 일본 등 주변국 영공을 침범할 수 있기 때문에 2017년 화성-15형처럼 고각(高角)발사를 시도한 것. ICBM은 6200km 이상 고도까지 치솟은 뒤 1시간 10분 이상을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 해상에 낙하했다. 비행거리는 1080km로 파악됐다. 2017년 11월 발사된 화성-15형의 정점고도(4475km)·비행거리(950km)·비행시간(53분)을 모두 넘어서는 역대 최강 성능을 실증한 것이다.
일각에선 16일 발사 직후 20km 이하 고도에서 공중 폭발한 ‘괴물 ICBM(화성-17형)’을 다시 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한미 정보당국은 괴물 ICBM과 다른 기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 분석중이다. 화성-17형이 미완성 단계여서 화성-15형이나 그 개량형을 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대 최장고도와 비행사간을 고려할 때 더 많은 탄두를 보다 멀리 날려보내기 위한 ‘다탄두 ICBM’ 성능 테스트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또 다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고각발사로는 ICBM의 재진입 기술을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탄두가 실린 ICBM의 재진입체(RV)는 대기권 재진입시 최대 음속의 20배, 섭씨 1만도로 인한 마찰열과 충격을 견뎌야 한다. 군 당국자는 “2017년 세 차례의 화성-14·15형 도발에 이어 이번에도 고각발사를 한 것은 재진입 기술이 미흡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北, 정권교체기 존재감 과시, 7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4월 중요 국내 정치 일정을 앞두고 고강도 도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다음달 15일 김일성의 110번째 생일 경축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겠다”고 공언한바 있다. 이에 맞춰 1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는 대규모 열병식 개최가 유력시된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에서 집권 10년 간의 군사 부문 성과를 과시하는 한편 한국 차기 정부 출범을 전후해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