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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눈꺼풀 늘어지고 사물이 2개로 보이면 ‘중증근무력증’ 의심을

입력 | 2022-03-25 03:00:00

인하대병원 신경과 권순욱 교수(검은색 마스크 쓴 사람)가 20년 전 중증근무력증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인 환자 A 씨에게 증상 관리를 위한 약 복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주부 A 씨(63)는 20년 전 여름 갑자기 극심한 피로와 함께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눈꺼풀이 축 늘어지고 사물이 두 개로 보였다. 동네 안과를 찾았는데 단순한 ‘안검하수’라며 쌍꺼풀 수술을 권했다.

안검하수는 눈을 뜨는 근육의 약화로 위 눈꺼풀의 당기는 힘이 약해져 눈동자를 조금씩 덮는 상태를 말한다. 늘 졸려 보이는 눈으로 다니거나 평상시 눈을 크게 뜨기 힘들다.

A 씨는 보다 전문적인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당시 의료진은 A 씨 증상에 대해 ‘중증근무력증’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가슴샘 절제술과 세밀한 약물 처방을 통해 A 씨가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증근무력증의 초기 증세는 눈과 관련이 깊다. 안검하수가 생기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가 나타난다. 복시는 한쪽 눈이나 양쪽 눈에 동시에 생길 수도 있는데 번갈아가면서 생길 수도 있다. 이를 ‘안구형 중증근무력증’이라고 한다.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팔을 들어올리기 힘들어 세수나 머리 감기가 힘들고, 계단 오르기도 벅찬 증상이 생긴다. 이는 ‘전신형 중증근무력증’인데, 심하면 음식을 삼키기 힘들거나 호흡곤란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증근무력증은 ‘자가 면역질환’으로 분류된다. 외부 세균으로부터 몸을 지켜야 할 면역 세포가 정상적인 조직을 공격하는 것이다. 발병과 관련이 높은 장기는 가슴샘이다. 가슴샘은 심장과 가슴뼈 사이에 위치해 면역 세포가 정상 조직을 공격하지 않도록 인식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가슴샘이 비대해지거나 종양이 생기면 기능이 떨어지는 등 오류가 생긴다.

중증근무력증은 힘 빠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일정한 힘을 유지하기 어려워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 완치가 어려워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중증근무력증은 희귀질환에 속한다.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년 786명 △2020년 902명 △2021년 847명이 신규 환자로 등록됐다.

중증근무력증 진단을 받으면 산정특례제도를 통해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의 10%만 지출하면 된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첫 등록 이후 5년마다 재등록이 가능하다.

중증근무력증은 기본적으로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환자에 따라 피리도스티그민과 함께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하루 3∼6회 투여한다.

호흡이 힘들거나 전신 위약감이 심해질 경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근육의 기능 저하가 너무 심하면 혈액 내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 교환술을 시행하는 치료법이 있다.

인하대병원이 운영하는 희귀질환 경기서북부권 거점센터는 희귀질환 전문의들의 체계적인 협의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들이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A 씨의 주치의 인하대병원 권순욱 교수(신경과)는 “전신형 중증근무력증 증상 발생 후 초기에 가슴샘 절제술을 시행하면 증상 악화 예방에 도움이 되고,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의 복용량을 줄일 수 있어 부작용 위험성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근무력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체로 발병 전과 같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걱정과 근심 속에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고 거주지 인근에 있는 희귀질환센터를 방문해 치료를 받으면 건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