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에도 공항방역 빗장만 풀지 않아 역차별 국제선 운항 막히면서 출국장 썰렁…식당-커피숍 등 편의시설 임시휴업
23일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국제선 2층 출국장이 텅 비어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2020년 4월 ‘인천공항 입국 일원화’를 시행한 뒤로 정책 수정을 하지 않아 최근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역공항의 국제선 노선 운항 재개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23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국제선청사 2층 출국장. 여행객으로 북적여야 할 출국장이지만 드문드문 사람들이 오갈 뿐 몇 시간째 한산했다. 1∼3층의 식당과 커피숍, 약국 등 30여 개 편의시설은 모두 셔터를 내리거나 ‘임시휴업’ 안내문을 내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동남아 등 해외로 출입국하려는 이들로 하루 평균 1만7000여 명(연간 630만 명)이 붐볐던 동남권 거점공항인 김해공항의 현재 모습이다.
코로나19 발생으로 해외 노선이 자연스럽게 폐쇄됐지만 이후 해외 노선 운항이 일부 재개된 뒤에도 정부가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 2020년 4월 ‘인천공항 입국 일원화’(공항일원화) 정책을 펴면서 지역 공항의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출국은 부산에서도 할 수 있지만 도착은 인천으로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지역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는 국제선 운항 재개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 없었다.
정부가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 의무 면제 등 방역정책을 완화하고 있지만 유독 공항방역 빗장만은 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방역지침으로 입국자에 대한 격리가 완화되고 있어 지방공항에 대한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기남형 에어부산 커뮤니케이션전략실장은 “공항일원화의 완화 없이 출발 도착 공항이 같도록 국제선 노선을 운항하려면 매번 정부에 읍소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허가가 날지 예측하기도 어려워 중장기 노선 계획은 꿈도 못 꾼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전에는 항공사가 국내와 해외 공항의 슬롯(특정 시간대 공항 이용 권리)만 확보하면 정기편 운항은 까다롭지 않았다. 공항일원화 탓에 중앙방역대책본부의 허가라는 장애물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허가 없이도 부산에 국제선 출발 노선은 운항할 수 있다. 그러나 ‘도착은 무조건 인천’이란 조건을 충족해야 해 운영이 기형적일 수밖에 없다. ‘부산∼홍콩’ 노선 운항 재개를 가정하면 부산 시민이 김해공항에서 출국해 홍콩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는 김해공항에 잠시 착륙했다가 다시 이륙해 인천공항에 최종 도착한 후 방역을 거쳐야 한다. 두 도시 간 노선 운항을 협의한 까닭에 출발·도착지를 달리할 수 없어 잠시 착륙한 것을 부산 도착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김해공항에 내리지 못한 부산 승객들은 인천공항에서 부산으로 오는 대중교통비와 4시간에 이르는 이동시간도 추가로 감내해야 한다. 기 실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처럼 단계를 나눠 공항방역을 시행해야 한다. 확진자 수가 일정 수준 이하일 때는 지역공항이 자체 방역을 하며 국제선을 운항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정해야 지역민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여행 기대감이 커지자 여행업계는 걱정이 크다. 부산의 해외 신혼여행 전문업체 관계자는 “이달 들어 부산에서 몰디브와 동남아행 여행 문의가 크게 늘었으나 이 노선들은 인천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김해공항의 국제선 운항 재개가 조속히 이뤄져야 업계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