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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디 부럽지 않던 6만4375명의 붉은 물결…벅차오른 상암벌

입력 | 2022-03-24 22:24:00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과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쓰인 카드섹션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2.3.24/뉴스1 © News1

‘원정 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홈구장 아자디 스타디움도 부럽지 않았다. 6만4375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는 엄청났다. 초대형 카드섹션, 파도타기, 함성으로 이란 선수들을 압도했다. 벅차오르는 상암벌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과의 9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한국 축구의 성지이자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홈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이날 최고의 분위기였다.

큰 경기장을 빈자리 없이 가득 메운 관중들은 경기 전, 전반 20분, 후반 15분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초대형 카드섹션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띄웠다. 원정 팀 이란이 절로 주눅들 수밖에 없는 장관이었다.

또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장면을 만들면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이란이 공격을 펼치면 기를 누르는 야유를 보냈다.

이재성과 김진수 등이 이란 선수들을 제치고 좋은 장면을 만들 때마다 경기장은 뜨거워졌다. 대신 이란의 알리 자데가 심판에게 항의하거나 바히드 아미리가 한국 선수들의 유니폼을 붙잡고 늘어지자 기를 누르는 야유가 쏟아졌다. 이곳이 한국의 든든한 안방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느끼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손흥민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코너킥을 준비하는 중 팬들을 향해 응원을 독려하고 있다. 2022.3.24/뉴스1 © News1

팬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선수는 역시 슈퍼스타인 손흥민이었다. 경기 전 선수 이름이 소개될 때 많은 박수가 나왔지만, 손흥민의 이름이 불릴 땐 박수와 함께 큰 함성까지 쏟아졌다.

경기 전 몸을 풀 때에도 손흥민이 슈팅을 시도하면 시선이 쏠렸고, 전광판에 손흥민의 모습이 잡히기만 해도 함성이 터졌다.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기 전 관중에게 박수를 유도하면 골을 넣은 듯한 분위기가 됐다.

뜨거운 함성은 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이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자 절정에 달했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큰 함성과 기립 박수가 오래도록 쏟아졌다. 육성 응원은 금지됐지만 흥겨운 분위기 속에 손흥민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도 나왔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선취골을 기록하자 관중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2.3.24/뉴스1 © News1

후반 김영권의 추가골로 2-0 여유로운 리드까지 잡자, 경기장은 더욱 축제 분위기가 됐다. 6만4375명의 관중은 한마음으로 파도타기 응원을 펼쳤고, 휴대폰 플래시 세리머니로 완승을 자축했다.

그동안 한국은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의 악명에 오래도록 고전했다. 8만 명이 넘는 남성 관중의 함성과 야유에 기가 죽었던 게 사실이었다. 상대를 위축시키는 아자디 스타디움을 가진 이란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아자디가 부럽지 않았다. 이란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압도적 분위기에 제 실력을 펼치지 못했다. 반면 홈팬들의 든든한 응원을 등에 업은 태극전사들은 춤을 추듯 경기를 즐겼고, 까다롭던 이란에 완승을 거뒀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이란의 지옥’이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