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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중앙銀 총재도 사의… ‘푸틴맨’들 줄줄이 등돌려

입력 | 2022-03-25 03:00:00

기후특사 이어 러 지도부 균열 커져
“국방장관-총참모장도 자취 감춰”
러軍 사기 저하… 우크라軍 거센 반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아나톨리 추바이스 기후특사가 전격 사임한 후 터키로 떠난 데 이어, 옐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푸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는 등 러시아 지도부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도 11일 이후 약 2주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수뇌부 분열 등으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에서도 고립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23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나비울리나 총재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사의를 밝혔으나 곧 반려됐다. 그는 지난달 28일 검은 옷을 입고 기자회견에 나와 기준금리 20% 인상을 발표했다. 침공 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그가 평소 정책과 연관된 복장을 즐겨 입었다며 “러시아 경제의 추락을 애도하는 드레스코드”라고 평했다.

추바이스 특사는 이스탄불의 한 현금인출기 앞에서 야구 모자를 쓰고 돈을 찾는 모습이 러시아 언론에 포착됐다. 그는 1996년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 대통령을 중앙정계로 발탁해 최고 권력자로 만든 인물이다. 그랬던 그조차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페이스북에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비판하다가 2015년 살해된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의 사진을 올렸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텔레그램에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11일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과의 회담 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전쟁 상황의 책임을 두 사람에게 지우는 등 ‘이너서클 숙청’에 나섰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에서 러시아 장군이 이례적으로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군 수뇌부도 동요하고 있다. 23일 CNN에 따르면 평소 냉정함을 보여 온 예브게니 일린 러시아 국방부 국제협력국 부국장이 대화 도중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에 대해 “비극적이고 우울하다”며 악수도 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러시아군의 사기가 떨어지는 징후도 농후하다. 탱크부대 병사가 부대원 1500명 중 절반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것에 불만을 품고 지휘관을 향해 탱크를 몰고 돌진했다고 한 우크라이나 기자가 전했다. 이 부대 지휘관인 유리 메드베데프 대령이 양다리에 중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벨라루스 병원으로 이송되는 영상도 공개됐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도 거세졌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수도 키이우 동쪽 최전선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해 키이우 도심 25km 거리에 있던 러시아군을 55km 밖까지 밀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장악했던 키이우 북쪽 마카리우, 모스춘도 탈환했다. 키이우 인근 이르핀강의 범람 또한 러시아의 키이우 장악 시도에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푸틴은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실패했다”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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