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테크]첫 독자 소행성 탐사 준비 본격화 예타 대상 선정되면 5월부터 조사…탐사선 개발하고 누리호 구조 개량 아포피스, 2029년 3만km까지 접근…동행에 필요한 속도 낮아 탐사 적합 편광카메라 등 탑재한 독자 탐사선…2027년 출발, 2029년 랑데부 예정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아포피스 사업의 진행 일정. 천문연 제공
2029년 4월 14일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하는 국내 첫 독자 소행성 탐사 사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계 기관에 따르면 아포피스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과기정통부 1, 2차관실에서 신청했다. 3차관실 격인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심사해 내달 중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면 5월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아포피스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파괴의 신 ‘아포피스’의 이름을 딴 것으로, 지름은 370m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만 한 크기다.
324일마다 태양을 공전하는 아포피스는 2029년 지구 정지궤도 안쪽인 약 3만1600km까지 접근할 것으로 분석된다.
○ 아포피스는 탐사에 적합한 지구 위협 소행성
2029년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하는 탐사선의 가상 이미지. 천문연 제공
일부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연구가 필요하다. NASA는 향후 100년 내에는 아포피스와 지구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만에 하나 충돌한다면 한 개 대륙을 초토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지구 위협 소행성 중에서 아포피스가 탐사 목표로 꼽힌 것은 탐사선의 ‘속도증분’이 초속 6km 이하로 탐사에 적합한 유일한 소행성이자 2029년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접근하는 소행성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속도증분은 지구 중력에서 벗어나 소행성과 동일한 속도로 동행비행(랑데부)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를 뜻한다. 속도증분이 낮을수록 탐사선에 필요한 연료 소모가 적어 소행성 탐사에 적합한 조건이 만들어진다.
○ 한국 과학자가 시작한 첫 탐사
과기정통부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는 올해 2월 아포피스 탐사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선 사업 기간 1단계(2024∼2027년)에는 아포피스 탐사선과 관련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탐사선은 구조계와 열제어계, 궤도제어계, 원격측정계 등으로 구성돼 최대 무게가 534kg, 크기는 가로 194cm, 세로 174cm, 너비 176cm로 소형 냉장고 크기다. 탐사선의 임무 수명은 21개월 정도다.
아포피스 탐사에 맞는 지상시스템도 독자 개발한다. 국내 우주탐사 지상시스템 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심우주 탐사를 위한 안테나 설계기술, 탐사선 궤도관리 기술 등을 개발한다. 아포피스 탐사에 필요한 속도증분을 구현하기 위해 누리호 3단 발사체의 4단 확장을 위한 상단 개조와 탐사선과의 인터페이스용 4단 킥모터 체계 종합 등도 추진한다.
2단계(2028∼2030년)는 아포피스 탐사선을 발사하고 심우주 항행 운영제어와 아포피스 관측을 추진한다. 운영 시나리오에 따르면 탐사선은 2027년 10월 17일 발사된다. 같은 달 21일 지구 중력권을 탈출해 2028년 10월 23일 아포피스에서 100만 km 떨어진 지점에 도달한다. 2028년 12월 19일과 2029년 1월 1일 아포피스에 접근하고 2029년 1월 16일 6개월간의 동행비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동행비행은 소행성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관측하는 비행이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