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석 민주당 새 원내대표 선출
24일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홍근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선 인사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주 선거관리위원장, 박 원내대표, 박광온 의원,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펼쳐질 여소야대 국면에서 172석의 거대 야당을 이끌어갈 원내 사령탑으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24일 선출됐다. 3·9대선 패배 직후 당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당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전투의 최일선에 서게 됐다.
○ ‘쇄신·개혁’ 강조하며 강경 대여 투쟁 예고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쇄신과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개혁과 민생을 야무지게 책임지는 강한 야당을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 발표에서도 “우리는 정권 재창출에 결국 실패했다. 처절하게 반성하고 철저하게 쇄신해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면서 “이를 이끌 야당으로서의 첫 원내대표는 독배를 든 채 십자가를 메고 백척간두에 서는 자리다. 누군가는 총칼을 맞더라도 이 험난한 고비를 앞장서서 넘어가야 한다. 제가 그 선두에 서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에 대한 견제를 강조하며 향후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부당한 탄압을 결단코 막아내고, 개혁과 견제는 확실히 해내야 한다”며 “정치적인 어떤 보복, 검찰의 전횡이 현실화되면 모든 것을 내걸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의 독선과 불통,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대하는 적대적 태도를 보면 심상치 않다”면서 “반드시 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대선 패배 직후의 당 수습과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설정은 박 원내대표의 직면 과제다. 당장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정부조직법 개정,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별검사(특검)법 등 굵직한 현안들을 놓고 국민의힘과의 정면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지명하는 국무위원 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기다리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박 원내대표가 정교한 원내 전략을 세워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며 “대여 투쟁의 명분과 방법을 박 원내대표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명계-이낙연계 세 대결에서 이재명계 승리
박 원내대표는 이날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당초 4선 안규백 의원, 3선 박광온 이원욱 김경협 의원이 출사표를 냈지만 1차 투표에서 박광온 박홍근 이원욱 의원과 초선의 최강욱 의원만이 전체 172명 의원의 10% 이상 지지를 얻어 2차 투표에 진출했다. 2차 투표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최다 득표한 2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3차 투표를 통해 당선자가 가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1∼3차 투표에서 각 후보의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이재명계의 박 원내대표와 이낙연계의 박광온 의원이 격돌하면서 대선 후보 경선에 이은 제2의 ‘명낙(이재명-이낙연) 대전’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의 선출로 이재명계에 힘이 실렸지만 계파 간 경쟁구도가 8월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출사표도 내지 않은 최 의원이 2차 투표에 진출한 것도 적잖은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추진에 목소리를 높여온 최 의원에게 20명 가까운 의원이 지지를 보낸 건 당내 강경파의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동안 못 해온 검찰개혁 등 개혁입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민생법안에 좀 더 주력해야 한다는 온건파의 기싸움이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확인됐다”며 “이 같은 다양한 당내 의견을 조율하고 당내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박 원내대표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