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업무보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는 (한마디로 말하면) ‘지방 시대’”라며 지방분권을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40여 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당선인 공약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법무부의 업무 보고일인 24일 당일에 일정 유예를 통지했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이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인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자 인수위가 업무보고 거부로 맞대응한 것. 인수위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 사이의 신구(新舊) 권력충돌 전선이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 인수위 “업무보고 무의미… 냉각기·숙려 시간 필요”
박 장관의 발언 뒤 인수위는 이례적으로 대검찰청과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따로 받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하루 뒤 법무부 업무보고 자체를 무산시켰다. 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곧 물러날 장관과는 달리, 법무부는 윤석열 정부와 계속 함께할 텐데 박 장관과 입장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박 장관의 처신은 법무부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와 박 장관이 충돌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윤 당선인에겐 대선 출마의 계기가 된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2020년 검찰총장 재직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저항했다. 야권 관계자는 “수사지휘권 발동이 촉발한 이른바 ‘추-윤 갈등’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정치적 무게감은 커졌고 결국 윤 당선인의 대선 출마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위원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일정유예가) 당선인의 의중과는 관계없이 전적으로 인수위원의 협의로 결정됐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윤 당선인 측의 들끓는 분위기와 별개로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비치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다. 특히 법무부와 대검은 첫 검찰 출신 대통령인 윤 당선인이 부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법무부 당혹, 대검은 “공약에 적극 협조”
각 부처 중 유일하게 업무보고 기회를 뺏긴 법무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박 장관도 이날 취재진에 “오늘은 침묵하겠다”면서도 “보고 문건은 정해져 있고 특별한 변동 사항은 없다”고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반면 대검찰청은 법무부 없이 이날 오전 독자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대검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외에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청법으로 정해진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인 6대 범죄를 수사할 때 일선에서 필요에 따라 인지 수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업무보고에서 현재 범죄 수사를 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일부 수사 범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 취임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