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통해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를 공식화했다. 이에 한미 양국 정부 또한 즉각 대응책 논의에 착수하는 등 대북 공조를 한층 더 강화하는 모습이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자에서 전날 발사한 ICBM이 ‘화성-17형’이라고 밝혔다. 앞서 ‘화성-17형’ 개발과정에서 주장했던 것과 같은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 아니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ICBM 발사였다고 공식 확인한 것이다.
‘화성-17형’은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최대사거리가 1만5000㎞에 이르러 북한에서 쐈을 때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한반도 정세의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췄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로선 그야말로 국가안보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우리 정부는 전날 오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동해상을 향해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부터 북한이 쏜 발사체를 ICBM으로 특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하며 “북한이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외교·국방당국 간 채널도 분주하게 돌아갔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측 북핵수석대표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미일 양국 수석대표와의 연쇄 유선협의를 통해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국 수석들은 북한에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서욱 국방부 장관 또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에 대한 추가 논의를 진행했다”고 우리 국방부가 밝혔다.
미 정부는 북한의 무력도발 가운데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재개를 ‘레드라인’(한계선)을 넘는 행위로 간주해왔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관여’ 카드를 살려두면서도 당분간 ‘제재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북한의 이번 ICBM 발사에 따라 24일(현지시간) ‘이란·북한·시리아 비확산법’(INKSNA) 위반협의로 북한 국적자 1명과 기관 1곳, 러시아 국적자 1명과 기관 2곳, 그리고 중국 기관 1곳에 대한 독자제재에 착수했다.
또 미 정부는 이날 영국·프랑스·아일랜드·노르웨이·알바니아 등과 함께 안보리 공개회의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안보리 회의가 열리면 안보리가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 따라 ‘대북 유류 공급 제한 강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그러나 북한의 최중요 우방국인 중국 당국이 북한의 ICBM 개발 행보에 여전히 ‘미온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변수’로 거론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를 규탄하는 대신 관계국들을 상대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Δ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한 동시에 Δ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즉,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이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찬성하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버리면 유엔 차원에선 더 이상의 대응이 불가능해진단 애기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