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운동이 될 때 건강 증진 효과는 크다. 최재웅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성인이 된 후 어렸을 때 즐겼던 탁구를 제대로 배우며 현재까지도 건강법으로 삼고 있다. 최 교수가 단골 탁구장에서 탁구를 즐기고 있다.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벗었으며 평소에는 착용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억지로 운동해도 건강 증진 효과가 있을까. 몇 년 전 외국의 한 대학 연구 결과 이 경우 다이어트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못해 운동하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더 많이 분비되면서 체중 감량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운동도 심폐 기능을 개선시키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니 운동은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훨씬 낫다. 다만 일단 지루함을 느끼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부분 중도 포기하고 만다.
해법 중 하나가 ‘취미처럼 운동하기’다. 정말 좋아하는 취미라면 말려도 하고 싶다. 만약 운동이 그런 취미 중 하나라면 중도 포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시간만 나면 그 운동을 하고 싶어진다. 최재웅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39)에겐 탁구가 그런 취미이자 운동이다. 최 교수는 2004년 처음으로 탁구 레슨을 받았다. 그로부터 18년째 그는 ‘탁구 동호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 18년째 탁구 사랑, 지역대회 우승도
최 교수는 초등학생 때부터 탁구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탁구를 즐긴 덕분에 탁구장에도 자주 갔다. 또래 아이들보다는 탁구 실력이 꽤 좋은 편이었다. 입시 공부 때문에 중고교 때는 잠시 탁구장 출입을 줄였다. 대학에 입학한 뒤 다시 탁구장에 다녔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연습 시간을 늘리려 하지는 않았다. 의대 선배 중 한 명과 탁구를 했는데,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느꼈다. 그 선배는 1년 정도 강사에게 탁구를 배웠다고 했다. 2004년 최 교수는 처음으로 탁구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평균 1주일에 2회씩 탁구장에서 3시간 정도 머물렀다. 15분 정도 레슨을 받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동호회 회원들과 번갈아가며 시합을 즐겼다. 1회 시합에 드는 시간은 평균 20분. 운동이 끝나면 기진맥진 상태가 됐다. 사실 레슨을 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2~3분 만에 숨이 가빠오고 목이 말랐다. 탁구대 위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 3~5분마다 30초 정도씩 쉬어야 했다. 최 교수는 “3~5분 내내 100m 전력 질주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토록 탁구를 좋아했지만 인턴과 레지던트 때는 거의 탁구채를 들지 못했다. 운동할 여유는 전혀 없었다. 식사 때를 놓쳐 야식을 많이 먹었다. 체중은 10㎏ 가까이 불어났다. 몸은 극도로 피곤해졌고, 스스로 느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이후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탁구를 다시 시작했다. 그 지역 탁구장 동호회에 가입한 뒤 주말마다 ‘맹훈련’을 했다. 덕분에 얼마 후 지역 아마추어 탁구대회에서 8강에 올랐다. 전역하기 직전에는 단식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최 교수는 “탁구로 따낸 첫 트로피라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며 웃었다.
● “취미가 운동이 될 때 가장 좋아”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운동이 될 때 건강 증진 효과는 크다. 최재웅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성인이 된 후 어렸을 때 즐겼던 탁구를 제대로 배우며 현재까지도 건강법으로 삼고 있다. 최 교수가 단골 탁구장에서 탁구를 즐기고 있다.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벗었으며 평소에는 착용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런 장점 때문에 최 교수가 탁구를 택한 건 아니다. 최 교수는 재미를 얻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탁구를 한다. 건강 증진 효과는 덤으로 얻는 거란다. 사실 최 교수는 운동하는 걸 꽤 좋아한다. 수영은 지금도 잘하는 축에 속한다.
하지만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꺼린다. 전임의, 초임 교수 시절에 업무량이 많아 건강관리 필요성을 절감했던 때가 있었다. 병원 내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거의 가지 않았다. 업무를 뒤로 미뤄두면서까지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최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게 건강에 좋은 건 알지만 즐겁지 않았다”며 “그런 운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좋은 운동이라 해도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지속적이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취미 활동과 건강을 위한 운동이 동일하다면 가장 좋다는 뜻이다. 그래야 건강관리도 제대로 되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최 교수는 저녁 탁구 약속이 잡혀 있는 날에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단다.
● “나이 더 들면 운동량 늘려야 할 듯”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운동이 될 때 건강 증진 효과는 크다. 최재웅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성인이 된 후 어렸을 때 즐겼던 탁구를 제대로 배우며 현재까지도 건강법으로 삼고 있다. 최 교수가 단골 탁구장에서 탁구를 즐기고 있다.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벗었으며 평소에는 착용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 정도만으로 건강 증진 효과가 있을까. 50대 이후라면 매주 3회 가까이 2시간씩 운동하는 셈이니 부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40대로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게 최 교수의 솔직한 생각이다. 최 교수는 “현재 업무량이나 여러 조건을 감안했을 때 획기적으로 늘릴 수는 없겠지만 차차 운동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식사 조절 필요성도 많이 느끼고 있다. 수술도 많고 야간 응급 상황에 대처하다 보면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식사도 불규칙해진다. 게다가 야식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최 교수는 “야식을 줄이고 식사 조절을 곧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50대 이후에 건강관리 목적으로 탁구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재웅 교수는 “동호회 회원 중에 환갑을 넘기신 분도 많다”며 “제 아버지도 60대 후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인 2020년 초까지 탁구로 건강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다만 탁구를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는 꼭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탁구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었으면 2, 3개월은 계속 하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기본기를 익히고 탁구장 동호회에 적응하려면 최소한 2개월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달 만에 섣불리 ‘이건 나와 안 맞아’라고 판단해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처음부터 3개월 동안 충분히 배우겠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게다가 초보일 때에는 빨리 배우려고 욕심을 내다가 부상이 발생하거나 쉽게 싫증을 느껴 관둘 수도 있다. 느긋하게 배우도록 하자.
둘째, 배우자 혹은 지인, 자식과 함께 배우는 게 좋다. 실력 차이가 있는 동호회 회원들과의 시합이 당장은 어려운 만큼 함께 가는 동료가 있다면 더 오랜 시간을 즐기면서 배울 수 있다. 최 교수는 “실제로 혼자 탁구를 배우러 왔다가 겸연쩍어 포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셋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또한 무릎 관절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탁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운동이다. 그만큼 팔과 무릎 관절에도 무리가 간다. 평소 관절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충분히 몸을 풀어줘야 하고 보호대는 꼭 착용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