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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체첸 카디로프 민병대, 우크라에선 힘못써

입력 | 2022-03-25 11:35:00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체첸공화국 민병대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담했지만 힘을 못쓰고 있다고 미 CNN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체첸공화국의 친러 지도자인 람잔 카디로프가 23일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자신의 민병대가 우크라이나군과 시가전을 벌이는 동영상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카디로프는 현장의 체첸 지휘관이 폭격 당하는 속에서도 러시아 신문 이즈베스티야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영웅적으로 침착한 모습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지휘관 티무르 이브리에프 뒤 5층 건물에 탱크 포탄이 폭발했다. 파편이 한 전사의 벨트에 맞았으나 이브리에프는 침착했다. 움찔거리지도, 웅크리지도 않았다. 냉정하고 용감한 전사가 자랑스럽다”고 썼다.

카디로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지속적으로 텔레그램에 홍보용 동영상을 올려 왔다. 자신도 우크라이나수도 키이우 근처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거짓일 것으로 의심했다.

침공 시작 며칠 뒤 올린 동영상에서 카디로프는 “전투에 참가하면서 테러리스트를 상대하는 전술, 전략을 개발했다”고 자랑하고 “우크라이나 작전이 너무 느리다.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쓰기도 했다.

그가 마리우폴이라고 주장하며 올린 동영상은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를 연상시킨다. 러시아는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체첸을 침공해 수도를 초토화했었다. 당시 카디로프는 러시아에 맞서 싸운 체첸 반군이었으나 곧 러시아군 편으로 돌아섰다.

카디로프는 체첸은 물론 타지역에서도 수많은 인종학살을 저지른 것으로 비난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상당 규모의 민병대를 이끌고 있다.

카디로프의 사람들로 불리는 이 부대는 1999년 시작된 2차 체첸전쟁 때 러시아군을 도와 체첸공화국 분리주의 반군을 공격했다. 당시 이 부대에 의해 불법적으로 납치, 처형된 수많은 사례들로 잔혹하다는 악명을 얻었다.

그런데 악명에 비해 체첸 민병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올린 전과는 거의 없다. 우크라이나 특별통신 및 정보 보호국이 운영하는 텔레그램에 올라온 내용에 키이우 서쪽 부차에서 파괴된 러시아 기갑부대의 동영상이 욕설과 함께 올라 있다. 파괴된 차량들이 모두 체첸 민병대 소속이다.

카디로프 민병대에 맞서 싸우는 또다른 체첸인들도 있다. 이번 주 초 키이우 북동쪽 30㎞ 떨어진 벨리카 디메르카에서 체첸 자원병들이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동영상을 올린 우크라이나 정치인은 화면에 등장하는 전사들이 러시아군에서 탈출해 우크라이나편에서 싸우는 체첸인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확인할 순 없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상당수의 체첸인들이 체첸을 탈출해 러시아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체첸사람들은 러시아의 체첸 침공 때 우크라이나는 물론 중동지역으로 상당수가 피난했었다. 우크라이나에는 또 이슬람을 믿는 주민들도 적지 않으며 그들도 2014년 이래 러시아에 맞서 싸워왔다.

벨리카 디메르카 전투에 등장하는 우크라이나편 체첸인 부대는 세이크 만수르 대대로 보인다. 이 부대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 2014년 자원병들로 구성된 부대다.

셰이크 만수르 대대도 러시아군과 카디로프 민병대에 맞서 싸우고 있음을 알리는 텔레그램 계정이 있다. 이 계정은 “불행하게도 동영상 담당 전사가 아파서 전투 장면 모두를 촬영하지 못했다. 이 동영상은 젊은 전사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이라는 설명이 올라 있다.

체첸인들 간의 전투가 얼마나 비중이 큰 지는 알 수 없지만 양측의 체첸 부대간 선전전이 지상전투 못지않게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