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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엔 미래가 없다”…러시아 청년들, 국외 이민 행렬

입력 | 2022-03-25 13:39: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내부 반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외 망명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에선 터키, 핀란드, 키르기스스탄, 조지아 등으로 이민을 떠나는 청년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수천명이 러시아를 탈출한 것으로 파악되며, 당국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2만5000명이 국경을 넘었다.

특히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직항 항공편이 중단된 만큼,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유럽으로 건너가거나 터키에 정착하려는 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대부분 냉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로, 국제여행에 익숙하고 국제사회와 사회적·경제적으로 밀접한 분야에서 종사한 중산층이 상당수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비난이 전 세계적으로 쇄도하며 자국이 정치적·경제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많은 이들이 러시아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는 반전 시위에 참가한 뒤 구금될 거라는 불안감과 이전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자각으로 탈출하기도 한다.

이달 초 모스크바를 탈출해 이스탄불에 도착한 예술인 아르투르(가명)는 “태어나 처음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잃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삶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전했다.

아르투르는 자신이 우크라이나 혈통이라는 내용이 담긴 출생증명서를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이후 당국 위협을 받았고, 곧 러시아를 탈출했다.

모스크바에서 반정부 시위 참가 후 체포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전직 고급패션 사진작가 아르센(가명)은 “적어도 이곳이나 세계 어느 곳에서든 시위를 벌일 수 있다”며 “모스크바에 살면 돈을 벌 순 있겠지만,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같은 움직임을 비난하며, 러시아 자유주의자와 상류층을 “국가 반역자”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출국 단속도 심해졌다. 아르투르는 “당국이 공항에서 귀국 항공권에 대해 캐물었다”며 “휴대전화까지 검열한다는 루머가 있어 반정부 뉴스 앱을 삭제하고 갔다”고 전했다.

국경수비대가 여행자의 전자기기를 수색하며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지지나 금지 웹사이트 접속 흔적 등을 검열한다는 경고도 돌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러시아 이민자가 몰리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구소련 소속이었던 조지아에선 러시아인들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중단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반러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인이 대거 주거하고 있는 지역에서 러시아인 보호 명목으로 전쟁을 일으킨 전례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르센은 “떠나기 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 있는 친구가 이곳으로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사람들은 이미 늘어난 러시아 이민자 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