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용산의 약진…올 공시가격 톱10중 2,3,4위 차지

입력 | 2022-03-25 13:32:00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한국에서는 변화의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다.

변화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분야로 평가받는 부동산시장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강남 서초 송파를 아우르는 3개 구는 이른바 ‘강남 3구’로 불리며, 신흥 부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앞으로는 여기에 용산을 포함시켜야 할지 모른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위 10위권에서 지각변동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순위표에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 여전히 강남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용산구 내 고가 아파트들이 대거 순위표 상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중견 전문건설업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고가 공동주택시장에 현대 DL이앤씨 롯데 등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진입한 점도 눈에 띈다. 소규모 빌라 수준에서 벗어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형태로 고가 공동주택이 지어지면서 자금력과 기술력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내용은 국토교통부가 최근 10년간(2012~2022년) 발표한 ‘공시가격 상위 10위 공동주택’ 명단을 분석한 결과다.


● 최고급 주택가, 강남에서 용산으로 확대 25일 국토부에 따르면 강남구 고가 아파트는 분석기간 상위 10위 명단에 매년 4개 이상의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19년에는 대표적인 고가 빌라 밀집지역인 청담동에 위치한 아파트 4개와 삼성동 2개, 도곡동 1개 등 7개가 순위표에 진입했다.

나머지 자리는 서울의 서초·용산·성동구 아파트들이 채웠고, 이따금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도 얼굴을 내비쳤다.

그런데 올해 순위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강남이 4개를 올리며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지만, 용산 아파트 3개(나인원한남, 파르크한남, 한남더힐)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들 아파트는 2~4위를 차지하며 강남 아파트들을 하위권으로 밀어냈다.

용산구 아파트들의 특징은 공시가격 상승률이 서울 평균(14.22%)을 크게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순위표에 이름을 올리며 2위를 차지한 나인원한남 244.72㎡(전용면적 기준)의 경우 공시가격이 91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61억3300만 원)보다 무려 49%(30억 700만 원)가 뛰었다.

지난해 8위에서 3위로 뛰어오른 파르크한남 268.95㎡는 67억5600만 원에서 85억2700만 원으로 26.2% 상승했다. 또 6위에서 4위로 두 계단 높아진 한남더힐 244.75㎡도 70억100만 원에서 84억7500만 원으로 21.1% 올랐다.

용산지역 아파트들의 순위표 상단 점령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 정부가 용산 집무실 시대를 예고한 데다 용산가족공원 조성사업 본격화 등 대형 부동산 호재가 적잖다.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종로구 성북동 일대에 포진했던 주한 외국대사 공관이 대거 한남동 일대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 화무십일홍…타워팰리스 해운대 아이파크 등 퇴장10년 간 순위표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 하나는 2000년대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타워팰리스가 2012년을 마지막으로 순위표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강남구 도곡동에 자리한 타워팰리스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이 건설한 주상복합아파트이다. 총 7개 동에 지상 42~69층 높이로 지어지면서 초고층 대단지 주상복합아파트의 시초로 여겨졌다.

서울 이외지역 아파트로는 유일하게 순위표에 이름을 올렸던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있는 해운대 아이파크도 2015년을 마지막으로 퇴장했다. 2011년10월 준공된 이 아파트는 지상 46~72층 높이에 1631채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이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게 해운대 엘시티이다. 2019년 12월 완공된 주거복합아파트로, 최고층이 101층으로 우리나라에서 잠실월드타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2020년에 10위에 이름을 올린 뒤 지난해에는 빠졌다가 올해 다시 7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국토부가 관련 자료를 만든 2006년 이후 1위 자리를 15년간 지켜왔던 고가 연립주택인 ‘트라움하우스5차’는 지난해 아파트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에 자리를 넘겨줬고, 올해는 5위로 내려앉았다.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트라움하우스5차는 재벌가 인사들이 소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유명세를 떨쳤다.

이번에 순위표에 이름을 올린 273.64㎡ 주택의 공시가격은 81억3500만 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이 단지의 273.64㎡ 주택이 185억 원에 매매됐다.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 고가 주택시장에 대형 건설사 대거 진입순위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중견 전문업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고가주택시장에 현대 대우 롯데 DL이앤씨 등과 같은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까지 고가 공동주택은 대부분 청담동 등 저층 주거 밀집지역에 포진한 고가 빌라형 주택이었고, 이를 시공한 업체들은 대부분 중견 주택건설 전문업체였다. 대표적인 곳이 트라움하우스 브랜드를 지은 ‘트라움하우스’와 상지리츠빌카일룸 브랜드로 잘 알려진 ‘상지카일룸’이다. 이들이 지은 주택들은 대부분 20채 안팎의 소규모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대규모 단지형 아파트들이 선호되면서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고가 주택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현대건설(더펜트하우스청담)을 시작으로 롯데건설(나인원한남) 대우건설·금호건설(한남더힐) DL이앤씨(아크로서울포레스트) 포스코(엘시티) HDC현대산업개발(삼성동 아이파크) 등이 얼굴을 내밀었다.

앞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고가 주택시장 참여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주택사업이 틈새상품으로서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가 고가주택 시공경험이 중요한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