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는 불법 의료 행위이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의료계)
“신속항원검사가 의사의 전유물이냐, 우리도 코로나19를 충분히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한의계)
의료계가 한의계에 의료진이 자가진단키트로 시행하는 신속항원검사 시행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자 한의계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신속항원검사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양측 모두 ‘국민의 건강’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각기 다른 법령을 근거로 상대방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한의협은 감염병 관련 법령, 한의약육성법을 근거로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를 반대하는 의료계에 날을 세웠다. 이들은 “한의사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감염병에 걸린 환자를 진단 및 신고, 치료해야할 의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면서 “신속항원검사가 자신들만의 전유물인양 착각에 빠져있는 양의계의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감염병 관련 법령과 한의약육성법에 따르면 한의사도 법적으로 코로나19 검사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한의사의 신고의무)에 따르면 양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감염병 환자를 소속 의료기관의 장에게 보고해야 하고 해당 환자와 동거인에게 질병관리청장이 정하는 감염병 방지 방법 등을 지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같은 법 제12조(그밖의 신고의무자)는 일반 가정의 세대주나 세대원은 한의사에게 감염병의 진단을 요구하거나 보건소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한의약육성법에 따르면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한 한방 의료행위를 한의사가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들은 “양의계는 ‘보건위생상 위해 없이 안전하게 검사받을 권리’를 내세워 신속항원검사의 독점적 지위가 본인들에게 있다고 했지만, 이 또한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시행할 수 있는 난이도의 신속항원검사를 한의사가 아닌 양의사가 시행해야 보건위생상 더 안전하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의 의료기관은 신속항원검사 후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진단과 한약치료가 충분히 가능하고 이미 이를 시행하고 있다”며 “양의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중보건한의사들이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유전자증폭(PCR)검사를 수행하고 있는 현실임을 직시하고, 허위와 기만으로 더 이상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의협은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 시행에 반대하는 이유를 의료법을 근거로 설명했다. 이들은 “의료법 제27조와 제2조를 보면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각각 임무로 한다고 돼 있다”면서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해야 한다’며 무면허 행위를 금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료법 제2조(의료인)에는 의료인은 종별에 따라 각각의 임무를 수행해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들은 “국민건강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의과 의료행위에 대해 면허가 있는 의사들에게 신속항원검사를 안전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 국민들에게 검사에 대한 불안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의학계는 전문가용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하겠다는 주장을 당장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 병·의원 9천 곳 이상에서 신속항원검사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의협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건강과 편익 증진을 위해 한의원에서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한의원을 신속항원검사 기관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검사기관을 검사와 치료가 모두 가능한 곳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