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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길진균]‘대선 연장전’ 우려 커지는 6·1지방선거

입력 | 2022-03-26 03:00:00

지지자들 이재명 서울시장 후보 차출설까지
尹 당선인, 성과로 진짜 이기는 모습 보여야



길진균 정치부장


역대 대선에서 최고로 많은 1639만4815명(48.56%)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표를 줬다. 2위 후보의 득표수도 가장 많았다. 1614만7738명(47.83%)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했다. 0.73%포인트 격차. 전체 유권자 4419만7692명 가운데 24만7077명의 선택이 5년 권력의 향배를 갈랐다.

이번 대선에서 정책과 비전은 큰 의미가 없었다. 영국 가디언은 ‘주술사, 히틀러 그리고 상호 증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인들이 악의에 찬 선거에서 투표소로 향했다”고 썼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 속에 각 진영 사상 ‘최다 득표’라는 역설적인 투표 결과가 나타났다. 우리 후보가 좋아서가 아니라, 상대 후보에 대한 혐오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이다. 싫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제대로 먹힌 선거였다.

그래서일까. 승복은 했지만 대선이 끝난 지 2주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싸운다. 역대 대선에서 당선인들은 허니문 기간 동안 5년 동안 펼칠 국정에 대한 기조를 잡는데, 허니문마저 사라졌다.

예상됐던 정치권의 조기 개전을 두고 통합과 협치의 정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쉽게도 전망은 불투명하다.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후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점에 또 전국단위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6·1전국지방선거다. 민주당이 의회권력을 장악한 정치구도 속에서 지방권력이라도 확보해야 하는 국민의힘, 대선 패배 이후 반등의 계기가 필요한 민주당. 각각의 절실함이 또 정면으로 부딪칠 것이다.

최근 윤 당선인에게 ‘우리는 안전 마진이 없다’는 당의 전략보고서가 제출됐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집권과 동시에 식물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운 국민의힘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2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국정 운영 기대치는 55%다. 과거 대선 승리 2주 차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이명박 당선인 84%, 박근혜 당선인 78%, 문재인 대통령 87%를 받았다.

민주당은 의외로 빨리 새 정부에 대한 견제 심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재명 후보 차출설까지 거론된다.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과 서울시 의원들은 선거 승리가 어렵더라도 표심 경쟁력이 있는 인물이 함께 뛰어야 구청장과 시의원 자리를 최대한 지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의 민주당 대표 추대 및 서울시장 후보 차출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용산 대통령 시대를 열려는 윤 당선인과 이를 저지하려는 이 후보 간 20대 대선 연장전이 펼쳐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패자에게는 지고도 인정하기 힘든 0.73%의 승리였다. 이대로라면 두 달 후 전 국민이 다시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대선 연장전’ 성격의 극단적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이 그 전에 확실하게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성과를 보여주면 된다. 다음 달 초면 총리, 장관 등 새 정부 내각 후보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국민통합, 편 가르기 없는 실력 있는 인재 발탁…. 문재인 대통령이 하지 못한 것을 윤 당선인이 해내는 것이 진짜 승리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