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강행을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공개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중국·러시아와 이에 반대하는 미국이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5일(현지시간) 북한 ICBM 관련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지금은 우리의 제재를 끝낼 때가 아니다. 지금은 이를 이행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24일 ICBM 시험 발사를 강행하자 이번 공개회의를 요청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번 24일 ICBM 발사를 두고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스템을 계속 진척시키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명백히 보여줬다”라고 했다. 또 “안보리가 침묵을 지키는 동안 북한이 처벌을 받지 않고 이런 도발을 확대해 왔다”라고도 했다.
그는 제재 완화론에 “왜 안보리가 나쁜 행동에 보상을 줘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실질적인 외교적 프로세스 없이 제재 완화를 제안한다면 정권에 더 많은 이익만 안겨주고 이들의 대량파괴무기(WMD)·탄도미사일 무기 목표 실현을 가속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공개회의에서 미국을 겨냥, “적절한 당사자는 북한의 타당한 우려에 ‘조건 없는 대화’를 거론하는 것 외에는 유형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또 “2021년 초, 특히 지난해 5월부터 북·미 대화는 교착됐고, 여전히 교착 중”이라며 대화 재개 필요성을 거론한 뒤 “미국 측이 선의를 보여주는 게 옳고 적절하다”라고 발언했다. 미국 측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그는 “북한을 향한 외부적 안보 위협이 수십 년간 지속됐고, 그들의 타당한 안보 우려는 절차 전반에서 다뤄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게 문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2018년 이후 북한이 취한 조치가 적절한 보답을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안나 이브스티그니바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도 “안보리는 지난 4년간 북한의 핵시설 해체와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 준수에 대응하지 않았다”라며 “북한에서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는 무시한 채 규제만 강화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보는 상황은 이곳에 출석한 일부 동료의 근시안의 결과”라며 “추가 제재 강화는 금지된 핵·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조달 제한 조치의 틀을 넘어 북한 주민을 사회경제적·인도적 격동의 위협에 노출할 수 있다”라고 발언, 제재 강화에 반대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미국을 향해 “협상은 쌍방향의 길”이라며 “제재 증가의 위협만을 대가로 받는 상황에서 북한의 조건 없는 무장해제를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아울러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세컨더리 제재에도 반대 뜻을 표했다.
그는 역시 “러시아와 중국의 정치적·인도주의적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이 테이블에 있다”라며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지지를 요구했다. 그는 이를 “각 측이 협상 노력을 강화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번 발사를 “북한이 2018년 4월 발표한 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이라는 약속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새로운 결의안을 추진하는 미국의 주도에 지지를 표한다”라며 ”모든 이사국이 이 노력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날 “모든 회원국이 관련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또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책을 계속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우리 정부는 어떤 장애물에 직면하더라도 대화와 협력이 유일하게 나아갈 길이라고 확고하게 믿는다“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24일 동해상으로 ICBM을 시험 발사했으며, 이후 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을 통해 김정은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신형 ICBM 화성 17형 시험 발사를 명령, 지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제국주의와 장기적 대결 준비” 등 메시지도 내놨다.
[워싱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