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인근 음식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도부와 함께 점심식사로 김치찌개를 먹고 있다. 윤 당선인이 방문한 김치찌개 식당과 이곳의 메인 메뉴(위부터). 사진 제공 · 윤석열 당선인 측, 최진렬
“인수위 들어가더니 얼굴이 확 갔네.”
“여기(통의동)서 밥 먹을 날도 얼마 안 남았어.”
3월 23일 저녁 무렵 서울 종로구 통의동 한 식당.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관계자들이 식사 자리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대화를 나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김치찌개가 식탁에 올라오면서 가라앉았다. 침묵을 깬 것은 일행 중 한 명의 감탄이다. “하! 이 집도 맛있네.”
김치찌개 사랑
뚱낙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이 무산되면서 들러 더 유명해졌다. 윤 당선인은 이날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등과 20여 분 동안 김치찌개와 달걀말이를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윤 당선인은 인수위원들과 산책하며 “같이 가서 밥을 먹어야 할 식당이 10분 만에 10곳 정도 눈에 띄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김치찌개 사랑은 각별하다. ‘최애 메뉴’ 질문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김치찌개를 꼽는다. 그는 3월 23일 통의동 집무실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그 집 김치찌개가 시원하다”고 말하며 김치찌개 사랑을 일관되게 드러냈다. 이날 한 기자가 “한 번도 혼밥을 안 했느냐”고 질문하자 “아침은 혼자 가끔 먹는다. 근데 아침에도 뭘 먹으려고 하면 (강아지가) 와서 딱 쳐다보고 있다. 걔네들 나눠주고 같이 먹는다”고 대답했다. 이어 “(용산 청사에) 프레스룸을 1층에 둘 것”이라며 “청사를 마련해서 가면 내가 하루 저녁 구내식당에서 (김치찌개를) 한 번에 양 많이 끓여서 같이 한 번 먹자”고 말했다.
“밥 같이 먹자”는 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혼밥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수시로 냈다. ‘혼밥 논란’을 겪은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됐다. 윤 당선인은 선거 후에도 ‘식사 정치’로 불리는 행보를 이어왔다. 당선 닷새째부터 꼬리곰탕, 짬뽕, 김치찌개, 피자, 육개장을 순서대로 먹으며 사람들을 만났다.
윤 당선인이 들른 식당이 공개되면서 인터넷에 ‘윤석열 맛집’ 리스트가 공유되는 현상도 생겼다. 평소 ‘먹잘알’(먹거리를 잘 안다) 이미지가 있어 신뢰가 간다는 반응이다. “아무래도 맛집이 아닐까 싶어서 찾았다” “경복궁역 맛집이라고 하니 성지순례 가봐야겠다” 같은 게시물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식당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방문한 이후 식당 손님이 조금 늘었다”고 귀띔했다.
前 대통령 비공개 식사와 차이
윤석열 당선인이 3월 14일 당선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마친 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방문한 꼬리곰탕 전문점과 이곳의 메인 메뉴(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 뉴스1, 최진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경호와 인선 등을 이유로 동선을 최소화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통의동에 집무실을 마련했고 식사는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했다. 인수위 인선 등의 문제로 측근들과 식사해야 할 때는 인근에 위치한 삼청동 안가에서 해결했다.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외에도 이재오 전 의원, 이방호 전 사무총장 등과 식사는 비공개로 이뤄졌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32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