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할아버지 소개로 초등생 때부터 한양대 야구부 들락거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당시 틈을 내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윤 당선인은 어려서부터 야구를 즐겼다. 언제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것일까. 때는 바야흐로 1971년 서울 대광초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5년 12월 개교한 대광초는 이제까지 야구부를 창단한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윤 당선인은 야구팬이 됐을까. 그 배경에는 이봉모 전 국회의원(1930~2016)이 있다.
이봉모 씨는 윤 당선인 외할머니의 친동생(6녀 1남)이다. 외가 쪽 할아버지인 셈이다. 그는 강릉상고,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고려대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양대 교수가 됐다. 한양대 사무처장, 총장 비서실장을 지내며 학교 최고 실세로 군림했고 운동을 좋아해 체육부서 총책임을 맡기도 했다. 이 씨의 집은 한양대 앞에 있었는데 인근에 야구부 합숙소가 자리했다. 손자뻘인 윤 당선인이 야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1971년 어느 날 윤 당선인을 야구부 숙소로 불러 선수들에게 인사시켰다. 윤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야구에 빠져들게 된 계기였던 것이다.
경북고 출신 선수들과 인연 이어가
1971년 말 한양대는 학교 위상을 높이는 차원에서 운동부서에 적극 투자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체육계를 이끌어온 고려대, 연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터닝 포인트다. 스포츠 중 특히 야구를 좋아한 이 씨는 경북고 출신 야구선수 스카우트에 팔을 걷어붙였다. 경북고는 1971년 고교야구 사상 최초로 그해 열린 전국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6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 씨는 당시 ‘황금 멤버’였던 남우식, 정현발, 천보성, 손상대를 데려와 ‘한양대 야구부 전성기’를 열었다.“당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고교 동기인데, 장관보다 한참 아래인 부장검사가 보고 싶다고 해 대구까지 내려갈 수 없었다. 사실 어릴 때 숙소에 놀러왔을 때도 누구인지 잘 몰랐다. 지금이야 당선인을 만나지 않은 게 후회가 되지만(웃음).”
배대웅의 사연은 더 짠하다. 배대웅은 윤 당선인과 식사 자리에서 술 한잔한 김에 농담으로 “혼기가 찬 딸이 결혼하게 되면 주례를 부탁한다”고 했는데 당선인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딸이 미국에서 결혼하는 바람에 약속이 성사되지 못했다. 배대웅은 “만약 한국에서 식을 올렸더라면 미래 대통령이 주례를 서는 영광을 누리는 거였는데”라며 아쉬워했다.
2017년 5월 22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한 윤 당선인은 7월 24일 서울 멤버들과 저녁 자리를 함께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맡고 두 달 만에 진행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하필 그날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이외에도 당선인의 ‘야구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들은 또 있다. 지난해 9월 5일 충암고가 제7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자 사흘 뒤 바로 충암고 야구부 훈련장을 찾았다. 대접전을 벌이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기간임에도 틈을 내 후배 선수들과 러닝을 하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날 야구부 주장이 당선인에게 “내년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면 청와대로 초대해줄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물론입니다”라고 흔쾌히 답했다.
대선 기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직관
대선 기간 중 윤석열 캠프가 배포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관람’ 일정표. [사진 제공 · 김수인]
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si8004@naver.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32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