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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 추성훈, 오랜 악연 아오키 상대로 화끈한 KO승

입력 | 2022-03-27 13:47:00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싱가포르 종합격투기 단체 원챔피언십에서 활약하는 추성훈(47)이 2년여 만의 복귀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추성훈은 26일 싱가포르 칼랑의 싱가포르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원챔피언십 ONE X대회 종합격투기 라이트급(77kg) 경기에서 아오키 신야(39·일본)를 상대로 2라운드 1분 50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2020년 2월 셰리프 모하메드(이집트)를 상대로 1라운드 KO승을 거둔 뒤 2년여 동안 경기가 없던 추성훈은 격투기 통산 16승째를 거뒀다. 원챔피언십 라이트급 3위에 위치한 아오키는 2019년 5월 타이틀전 TKO패 이후 약 3년 만에 패하며 통산 10패(47승)를 기록했다.

통쾌한 승리였다. 추성훈과 아오키는 악연으로 얽혀있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두 선수가 K-1에서 활약하던 2008년 아오키는 추성훈과의 대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라이트급(아오키), 미들급(추성훈)의 체급차가 있기에 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출중한 실력과 함께 거친 입담을 선보여온 아오키는 이때부터 추성훈에 대해 ‘도망자’라고 하는 등 도발을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경기장에서 마주친 추성훈을 향해 “왜 대결을 피하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 대결은 직전시합까지 웰터급(84kg)에서 활약해오던 추성훈이 체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 성사됐다. 지천명이 가까운 노장의 감량으로 추성훈이 불리할 거라는 전망도 많았다. 힘과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지는 상황에서 ‘변화’는 불리함을 더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원챔피언십 라이트급에서 두 번이나 챔피언에 오른 아오키는 최근 4연승을 달리며 다시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1라운드만 해도 추성훈이 아오키의 장기인 그래플링(엉켜 싸우기)에 고전을 면치 못해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추성훈은 반격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케이지 한 구석에 기대 수비만 했다.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1라운드 종료 공이 울린 뒤 추성훈도 힘겨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 추성훈은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아오키가 거리를 좁혀오면 오른손 스트레이트 펀치로 견제하며 거리를 두고 타격전을 전개했다. 30초가 지난 뒤 아오키가 추성훈의 왼쪽 다리를 ‘붙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추성훈은 쓰러지지 않고 한 다리로 버티며 아오키의 얼굴에 어퍼컷 공격을 퍼부었다. 회심의 그래플링 시도가 실패하며 체력이 떨어진 아오키는 이성을 잃은 채 다시 그래플링을 무리하게 시도하다 다리도 못 잡은 채 추성훈의 연타공격을 받고 주저앉았다. 추성훈의 주먹세례에 아오키가 무방비 상태가 되자 심판이 추성훈을 말리고 TKO승을 선언하며 경기가 끝났다.

승리의 순간 추성훈은 두 팔을 번쩍 들며 포효하고 큰 절을 한 뒤 그라운드에 누워 몸부림을 치며 온 몸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그와 함께한 코칭스태프도 같이 누워 추성훈을 부둥켜안았다. 경기 후 “1라운드에 고전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섹시야마(추성훈 별명)’라고 부르는 관중들의 외침에 힘을 냈다. 앞으로 더 섹시해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력으로 오랜 악연을 털어낸 추성훈은 KO 승리수당 5만 달러(한화 6120만 원)까지 챙기는 겹경사를 맞았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