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천체 충돌시 생기는 파동 100여 년 전 상대성 이론서 주장 암흑물질-허블상수 연구서 주목
블랙홀(가운데 검은 구멍)이 중성자별(파란색)과 충돌하면서 중력파가 발생하는 모습을 그려낸 상상도. 호주 스윈번대 제공
천재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가 2016년 2월 처음 공개된 뒤 ‘중력파 천문학’ 시대가 열리고 있다. 별의 진화 과정을 담고 있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비밀을 통해 우주의 기원을 찾는 연구를 비롯해 아직 정체를 확인하지 못한 ‘암흑물질’을 규명하거나 우주의 팽창 속도·나이를 계산하는 ‘허블 상수’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에서도 중력파를 주목하고 있다.
27일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관측된 중력파는 90건에 이른다. 중력파 관측을 위한 국제 연구협력 단체인 ‘라이고 연구협력단’과 ‘버고 연구협력단’을 통해 관측된 중력파다. 2020년 10월 29일 발표 기준 공식적으로 50개의 중력파가 관측됐으며 이후 1년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추가로 40개의 중력파가 관측됐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도 2009년부터 라이고 협력단에 참여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중력파는 2개의 블랙홀이 합쳐지거나 거대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충돌할 때 중력이 우주공간으로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파동이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충돌하며 합쳐지는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만큼 생기는 파동이 시공간을 휘면서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는 현상이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이 떨어진 주변으로 동그랗게 물결이 파동처럼 나가는 것과 유사하다.
이형목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전형적이지 않은 중력파들도 관측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과 6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90건의 관측은 실제로 일어나는 천체현상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며 “빅뱅 이론에 따른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나이를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아직 정체를 규명하지 못한 암흑물질이나 허블 상수의 정확도를 계산하는 데 중력파가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관측하는 중력파는 천체가 충돌하기 직전에 나오는 중력파로 별의 전체 진화 과정을 담아내지 못한다. 지구상에서는 걸러내야 할 잡음이 많기 때문이다. 중력파 검출기를 우주로 띄우면 미세한 신호도 잡아낼 수 있다. 유럽이 추진 중인 ‘리사(LISA)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단장은 “우주에 중력파 검출기를 띄우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쌍성계의 움직임 전반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암흑물질 연구나 천체와의 거리에 대한 정확한 측정으로 허블 상수의 정확도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